자택주소·학력·경력까지 … 업무와 상관없는 정보 요청

지난 9월, 안산시청을 방문했다. 반월신문 기자가 된 후 처음으로 찾은 취재처였다. 시청과 시의회에서 열리는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찾아간 그곳에서 한 공보관 직원을 만날 수 있었다.

공보관은 ‘시청 홍보팀’이다. 언론사 기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보도자료를 발송하고, 기자들의 취재에 대응한다. 공보관 직원 P씨는 “출입기자 등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입기자 등록은 청와대나 국회, 시청 등 관공서에서 기자들의 출입을 원활히 관리하고 기관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이뤄진다. P 직원은 이메일로 출입기자 등록신청서를 보낼 테니 작성해달라고 얘기했다.

회사로 돌아와 이메일을 열었다. 찬찬히 서류를 읽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시선이 한 군데에 멈췄다. 두 눈을 의심했다. 서류에는 ▲자택주소 ▲학력 ▲경력 등을 기입하라고 적혀 있었다. 시청에 출입해 취재하는 기자 업무와는 전혀 상관 없는 항목을 적으라는 문서를 보고 당황스러웠다.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항목은 ‘자택주소’였다. 주소는 개인정보로, 공개될 시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기 때문이었다. 다음으로 이해하기 힘든 항목은 ‘학력’이었다. 자택주소와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사적인 정보였다. 기자가 지역의 이슈를 취재하는 데 있어 취재처에 학력을 밝혀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공보관에 취업하는 것도 아닌데 학력을 알려달라는 요구가 들어오니 더욱 황당할 수밖에 없 었다.

‘경력’ 또한 질문 의도를 알 수 없는 항목이었다. 다른 언론사에서 취재한 경력을 채용기관도 아닌 출입처에 밝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업무를 위해 출입기자 등록 신청을 하는 기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항목들은 과하게 사적인 정보로 느껴질 뿐이었다.

안산시 공보관 L 언론홍보팀장은 사적 정보를 왜 요구하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서류에 적혀있는 정보를 다 적을 필요가 없다. 이름, 소속, 연락처 등만 답하면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필요하지 않은 항목이 서류에 있다면, 이를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서를 제출해야 하는 입장에서 어떤 항목을 빼도 되는지 판가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적에 L팀장은 “다른 기자들도 이 양식을 다 채우지 않고 제출했다. 예전부터 계속 사용한 양식이라 쭉 쓰고 있었지만, 문제가 제기되고 하니 수정할 예정이다”며 양식 수정의 계획을 밝혔다.

안산시청만 이렇게 기자의 사적 정보를 요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국회 출입기자 등록신청서를 찾아봤다. 해당 문서도 역시 기자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었 다. 자택주소와 학력, 경력은 물론 주민등록번호까지 답해야 했다.

국회에 출입 등록을 한 지인들에 따르면, 대부분 이러한 정보를 기입하지 않고 서류를 낸다고 했다. 하지만 관례·관습상 존재하는 항목이라면 서류에 더 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다. 기자 개인정보가 노출될 시 기자 개인의 사생활 침해가 일어날 우려가 있는 만큼, 출입기자 등록신청서가 수정돼야 할 필요가 있다. 시청과 국회 등 출입기자 등록신청서를 요청하는 기관에서는 해당 기관의 서류가 기자 개인정보를 요청하고 있지는 않은지, 시대착오적이지는 않은지 한 번 점검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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