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학의 세상사는 이야기 - 고잔요양보호사교육원 원장

암소를 기르는 주인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라 쉽지가 않지만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면서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 중에 나름 서열도 가늠하는 거 같다.

뿔로 들이박는 거는 정면에서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경우 즉석에서 날아가는 펀치 같은 거겠지만 뒷발에 차이는 것은 보통 위험한 게 아니다.

그건 아마 그동안 쌓인 감정의 격한 표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송아지를 낳았는데 팔았다든가 새끼를 분만해야 하는데 자리가 시원치 않던가 하는 때는 이런 공격이 누구에게 어떻게 날아갈지 모른다.

시골에서 자라던 초 중학 시절에 소가 먹을 풀을 베다가 나르는 것은 필자의 몫이었다.

가족 구성원 중에는 어리고 착하고 부지런한 한 사람일 테고 나름 소 외양간 거름도 잘 치고 볏짚이나 나뭇잎을 베어다 깔아 잠자리도 잘 만들어 주는 괜찮은 가족 중 한 사람인데 가끔 뿔 에 들이박힐 뻔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왜 그랬는지 소만 그 이유를 알 수 있지만 나름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그때는 잘 넘어간 것 같다.

그런데 뒷발로 차려고 뒷발질에 맞을 뻔한 아찔한 기억은 가슴이 철렁한다.

어렸을 적에는 소를 기르는 일이 대부분이었던 거 같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였던 거 같다.

봄이면 들에 풀을 베다가, 여름이면 산속에 칡넝쿨을 베다가, 이리저리 소 풀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어릴 적 기억이 지난 주말 고향 영월에 벌초를 위해 다녀오면서 유독 더 난다.

어렸을 때는 몰랐지만 그렇게 일년 내 내 키운 소의 대가는 태어나는 송아지 한 마리를 얻는 것이 일 년의 소득이다.

그리고 소는 암소든 황소든 농촌에 서는 밭을 갈고 논을 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쟁기를 끌기 위해 멍에를 목에 걸고 “올라서 내려서 어더 어더 워 워” 하는 주인의 말에 따라 산비탈 밭 도 잘 갈고 진짜 소가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중요한 농기 중 하나였다.

이렇게 고생한 소가 송아지까지 한 마리 낳아주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송아지가 태어난 기쁨도 잠시 송아지를 파는 아픔이 있는 날 소는 뒷발로 차기도 하고 뿔로 들이박기도 하는 거 같다.

자식을 잃는 슬픔을 몇 해를 쌓여가다 보면 진짜 치명적인 뒤 발차기를 날리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농촌시골에서 흔히 있는 일이지만 동물을 사랑하고 아끼고 동고동락을 같이하는 가족 구성원 중에 나는 소에게 어떻게 비쳤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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