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것으로 새것을 이룬 조각”… 과거와 현재 잇는다

조각가 최충웅(1939~2019)은 1970 년대 중반 당시로써는 매우 생소하고 도 혁신적인 재료를 선택했다. 1963년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10여년간 다양한 실험 끝에 1974년 스 티로폼을 소재로 한 작업을 시작했다. 미술계에서는 스티로폼 조각을 편견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작 가는 스티로폼 작업을 계속했고, 평가 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재료는 파격적이었지만 그의 작품은 옛것에 뿌리를 뒀다. 평생 ‘현대미술이 어떻게 우리 전통을 바탕으로 발전할 수 있는가’라는 화두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작업에 매진했다. 작가의 1주기를 맞아 서울 종로구 평 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초대전 ‘연우 (然愚) 최충웅, 우리 눈으로 조각하다’ 가 열리고 있다. 유작 130여점 가운데 45점을 선보인다. 스티로폼으로 작업했다는데, 전시된 것은 주로 청동 작품이다. 초기에는 스 티로폼으로 조각을 완성했지만, 이후 스티로폼으로 제작해 주물을 뜬 작품 을 만들었다. 오랜 교편생활을 하면서 전근에 따른 잦은 이사로 스티로폼 작품이 다수 파손되고 사라졌기 때문이 다. 예술가로서 자신에게 더욱더 철저했 던 작가는 평생 조각가의 길을 걸었지 만 작품은 많이 남기지 않았고, 발표하 는 일도 별로 없었다. 1990년 첫 개인 전 이후 총 5번의 개인전이 전부였다. 만족스럽지 못한 스티로폼 작업은 폐 기하고 일부만 주물로 제작해 남은 작 품 수가 적다. ‘전설’ 연작은 장승과 탑 등에서 모 티브를 얻었다. 대체로 수직 구조에 좌 우 대칭인 형태가 눈에 띈다. 작가는 작품을 완전히 통제하지 않 고 우연의 효과를 냈다. 스티로폼으로 원형을 제작할 때 표면에 석유나 휘발 유를 바르는데, 이때 스티로폼이 녹아 내리면서 형태가 만들어진다. 청동 작 품 표면이 부식되는 과정에서 재료가 스스로 색깔을 내도록 한 것도 마찬가 지다. 자연의 형태와 원리를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는 전통적 미감과도 일맥 상통한다. ‘작품’ 연작은 우연스러운 요소를 표 현하면서 재료의 물성과 순수한 조형 미를 더욱 강조했다. 이 밖에 작가가 전국 장승을 찾아다 니면 사진으로 찍어 정리한 앨범 등 유 품과 드로잉 작품 등도 소개된다. 1939년생인 작가는 해방과 함께 우 리 말과 글로 교육받은 첫 세대다. 초등 학교 6학년 때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다. 대학 재학 중에는 4·19혁명에 앞장선 민주화 세대이다. 1991년부터는 서울산업대 조형학과 교수로 후학을 지도했다. 2002년부터 암으로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지난해 세 상을 떠났다. 전시가 열리는 김종영미술관은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로 꼽히는 김종영 (1915~1982)을 기리기 위해 설립됐다. 최충웅은 자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스승으로 대학 은사 김종영을 꼽 았다. 그동안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최 충웅의 작품이 스승의 공간에서 새롭 게 조명되는 셈이다. 

 

최충웅 초대전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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