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개인사업자다. 십여 년 전 대기업을 퇴사하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수출도 하고 잘나가던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경기불황에 사업체가 흔들려서 개인회생 신청을 하게 되었다.

개인회생을 위해 찾아 다니다보면, 대부업체로부터 회생신청 비용의 대출을 권유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 모양이다. A씨도 그랬다. A씨는 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하니 잘 확인해 보지 않고 1,000만원의 대부약정서에 사인을 했다. 약정서에는 연대보증인으로 아내의 이름까지 들어갔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회생신청비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막상 개인회생절차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대출받은 원금은 40%넘는 이자가 붙어 눈덩이처럼 커졌는데, A씨는 이런 사실도 잘 모르고 시간이 지나갔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법원에서 지급명령이 날아왔다. 대부업체가 원금과 이자를 갚으라고 소를 제기한 것이다. 이자를 포함하면 수천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 되었으니, A씨는 크게 걱정을 하면서 필자를 찾아왔다. 

지급명령이 송달되고,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그대로 확정되어 판결문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A씨도 일단 즉시 이의신청을 하도록 하고, 변론기일이 잡히면 다시 상담을 받아 적절한 대응책을 모색해 보자고 했다.

하지만, A씨는 막상 재판이 시작되니 필자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 법정에 출석했다. 필자는 답변서를 제출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첫 기일에 변론이 종결될 것이라고 신신당부를 했었다. 그런데 아무 대응 없이 법원에 출석해서 변론이 종결된 것이다. 

이런 사건의 경우 법원에 출석하게 되면, 재판부는 당사자에게 “대출약정서의 서명과 날인된 도장이 본인 것이 맞느냐”고 묻는다. 물론 사실대로 대답해야 하겠지만, 이 질문에는 상당한 법률적 의미가 포함되어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계약서와 같은 처분문서의 경우 서명과 날인이 본인의 것이라고 인정하게 되면 그 문서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의 기재대로 법률관계가 확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쨌든, A씨는 걱정이 되었는지 뒤늦게 필자를 다시 찾았다. 필자는 일단 소송위임장을 제출하고 비로소 기록을 열람하여 내용을 살펴보았다. 다행히도 충분히 다투어 볼만한 부분이 있었다. A씨의 경우, 대출금을 직접 지급받은 사실이 없어 실제로 대부업체가 A씨에게 금원을 지급

했는지 여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 보였다.
서둘러 변론재개신청을 하고 답변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뒤에 두어 번의 재판이 있었는데, 얼마 전에 승소판결로 사건이 마무리 되었다. A씨로서는 참 다행인 일이고, 필자도 제법 기억에 남을 법한 사건이다.

한편, 대부업체의 대출금의 경우에는 5년의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 따라서 채무자로서는 시효완성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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