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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전화기
반월신문 | 승인 2020.07.22 14:29
서정현 변호사

아침, 출근 준비가 한창인데 휴대전화 진동이 울린다. 아직 8시가 되지 않은 이른 시각. 휴대전화를 얼핏 보면, 저장이 되어 있지 않은 낯선 번호다. 순간 누군지 모를 전화를 받을지 말지 고민 한다. 이른 아침부터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다급히 변호사의 조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자신이 편한 시간에 전화를 거는 누군가일까.

퇴근 후 저녁, 늦은 저녁 식사가 한창인데 휴대전화 진동 소리가 들린다. 텔레비전 소리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전화가 온 것을 잘 모르고 있다가 아내가 알려줘서 들어 보니 내게 걸려온 전화가 맞다. 식사를 중단하고 가방에 또는 집안 어딘가에 던져 놓은 휴대전화를 얼핏 보면, 저장이 되어 있지 않은 낯선 번호다. 순간 또 그 전화를 받을지 말지 고민한다. 늦은 시간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누구일까.

주말 오전, 모처럼 늦잠을 자고 싶은데 또 전화가 걸려온다. 다급히 변호사의 조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전화한 것일까, 잠결에 고민을 하다가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돌려놓고 다시 잠을 청한다. 그런데 한번 잠에서 깨니 다시 잠들기가 쉽지 않다. 휴일 오전 늦잠을 실컷 자기에 실패하고 일어나 휴대전화를 들어보면, 아까 받지 않았던 전화기 너머 누군가로부터 수통의 문자가 와있다. 월요일에 출근해서 답변을 해도 충분할 것 같은 내용의 문자이지만 잠에서 깬 주말 오전, 즉시 답변을 해야 할까. 아니면 모르는 척 할까.

초임 변호사 시절,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깜빡하고 휴대전화를 사무실 책상위에 두고 간 적이 있다. 점심 식사 후에 돌아와서 휴대전화를 보니 의뢰인으로부터 부재중 전화 수통이 들어와 있다. 아직 업무시간이 아니었음에도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를 걸었더니 수화기 너머의 의뢰인이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욕설을 퍼붓는 것이 아닌가. 이유는 법원으로부터 인지대 및 송달료를 납부하라는 보정을 받았는데 그 금액을 왜 납부해야 하는 것인지를 따져 묻는 것이었다. 점심식사를 하러가면서 휴대전화를 잊어버리고 사무실에 두고 갔다는 것을 말해도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지금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주뼛서는 일이다. 점심시간에 전화를 못받았다고 욕을 들어야 한다니! 트라우마가 되었는지 수년이 지난 지금도 그 목소리는 선명하다. 그래서 일까, 지금도 부재중 전화가 들어와 있는 것을 보면 뭔가 죄를 지은 것도 같고, 무척이나 불편하다. 변호사니까, 그래도 찾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감내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변호사도 사람이라 점심시간에, 퇴근 후에, 이른 아침에, 주말에 가릴 것 없이 전화며 문자며 카카오톡이며 보내오는 의뢰인들이 야속한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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