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교육지원청 삼일초교 조리사 정병연

집 근교에 논과 밭이 있다 아주 작은 규모다.

자급자족, 소일거리하기에 딱 맞을 공간이다.

휴일을 맞아 옆 지기님(신랑)과 시간 내어 가끔씩 찾게 된다. 요즘 논밭 입구에는 아카시아 향이 그윽하다. 그리고 시원한 바람까지 살랑살랑 불어준다. 처음에는 요령도 계획도 없어 오고 가는 사람들 눈요깃거리나 하라고 코스모스, 해바라기를 심어 꽃동산을 만들어 놓기도 했었다.

그런데 언제 심어 놨는지 덩굴장미가 꽃을 피워 나를 반긴다.

작은 공간도 내 것이기에 소중한가 보다. 밭두렁엔 오가피, 엄나무, 대추나무, 구찌뽕나무, 복분자, 살구나무, 산딸나무가 드리워 져 있다 뿐만 아니라 감자, 상추, 방울토마토, 쑥갓, 완두콩, 가지, 오이, 열무도 춤을 춘다. 모자이크 판이 되어 메뉴는 많지만 숫자는 그리 많지 않은 소규모의 텃밭 보물 상자는 싱그럽게 잘 자라고 있었다. 근데 오늘 나도 확실하게 한 건 했다.

지난여름 중국여행길에 흑태를 구매해 오다가 “이게 아닌데” 라고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다. “콩 판에 묘 종 만들어 논두렁에 심기” 국내 농산물 먹기 프로젝트 실천하는 날이 그렇다.

나는 모든 정성을 다해 파종했다. 물을 주어 10일쯤 지나면 심을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의 조급함은 무엇으로 대신할까?

순간, 그렇다면 내 마음의 보물 상자엔 무엇이 자라고 있을까?

“일, 옆지기, 돈, 자동차, 집, 아들, 딸, 손녀, 건강, 친구, 이웃, 형제, 친척, 모임, 학교, 땅, 보험, 적금”

그동안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도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어느 일부분 만을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던 거 같다. 아니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이제 살짝 나이 먹어감에 그중에 순위를 부여한다면 당연히 ‘건강’이란 품목에 일 순위를 주고 싶어진다. 어느 광고처럼 별 다섯 개.

그리고 조만간 당당하게 추가품목 ‘공무원연금’을 상자 안에 넣어보련다. 제2의 삶에 필수불가결 품목이라는 것.

콩 묘종 행사를 끝내고 귀가 길에 모내기가 종료된 논을 둘러보기로 했다. 한참 먼저 와 있음직한 초록색 논 옆엔 엊그제 심겨 져 온 듯한 어색한 연두 빛깔 벼가 마치 새 학교 발령 받아온 우리네 삶 같이 쭈뼛하게 서 있었다. 조만간 진초록으로 함께 물들어 가겠지.

올해 안산시에서 시행하는 우렁이 농법 시행 구역에 우리 논도 포함 돼 있다고 한다.

모내기 파종한달 된 적당히 수분 머금은 벼 위로 조그만 우렁이들이 꿈틀거리고 자라고 있었다. 문득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하는 삶 그 자체가 떠올랐다.

신기하다. 논판에 우렁이라니. 우렁이가 잡초와 충애를 잡아먹으면서 살아가니 제초제, 충애 농약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친환경 농법 이라고 한다. 자연적으로 잡초제거는 우렁이가 책임을 진다하니 1석2조 편한 농법이며 우선 우리 몸에 안전하지 않을까?

문제는 일반 벼 보다 수확량이 적다고, 귀하게 키우니 쌀값이 고가라고 옆 지기님이 조언한다. 하지만 친환경이란 농법 때문에 많은 기대를 해 보게 된다. 미래 학교급식에 친환경야채와 친환경 쌀까지 가능한 미래 급식발전을 생각하게 된다. 바쁘다는 핑계로 잠시 뒤로했던 내 소홀함에도 불구하고 밭 보물, 논 보물들은 무럭무럭 쑥쑥 자라고 있었다. 싹틔우면 꽃피우고 자라면 열매 맺고, 수확 안겨주는 자연의 순리에 내 마음의 보물들도 하나하나 보충해지고 있음에, 무엇보다도 건강함에 감사할 일이다.

오늘 밭 보물, 논 보물을 돌아보면서 내게 소중한 내 보물들을 찾아본 소중한 시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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