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중 여덟 번째 소만을 맞이했다.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성장해 가득 찬다는 의미가 있는 날인데, 올해엔 단비까지 대지를 적셨다.

“소만바람에 설 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또 일교차가 큰 절기이기도하다. 이때 쯤 되면 시골 논두렁, 밭두렁엔 남,녀,노,소 바쁜 일손으로 동분서주 할것이 눈에 선하다. 시골 부농의 딸로 태어난 나는 초, 중, 고를 늘~ 절기변화를 느끼며, 그곳에서 희,로,애,락을 부모님과 함께 한 시간이 형제 2남 4녀중 가장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요즘 시골농가엔 트렉터, 이양기, 콤바인 등 농기구가 있어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할수 있지만 그때는 모든게 수작업이었다. 모내기를 하려면 동네 사람들을 동원해여 3~4일을 일일이 손으로 심어야만 했고 그에 따른 먹거리 담당은 당연히 엄마 몫 이 되었기에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자랐고 늘 엄마 일손을 도와드려야만 했고 모두 함께 해야만 했다.

아마도 그때부터 내게 요리가 시작되었던 거 같다. 인부들 동원은 읍(면)에서 돌아가면서 대체해 줬는데 문뜩 요즘 코로나19 중에도 원만하게 사회 돌아가는 모양과 일치 한다고 본다. 그게 가능했을까? 하지만 가능했다.ㅎㅎ모내기와 마늘 쫑 자르기, 보리, 밀 작업이 이때 쯤이면 한 창이었던 것 같다.

손님접대는 아버지 몫으로 특식이 제공되곤 했다. 시골인지라 갑자기 손님이 찾아오던지 자녀들이 찾아 올때 마다 우리 집 닭장엔 한 마리씩 사라 져가야만 하는 식구들 ㅎㅎ. 그 시절엔 손쉽게 대접할 보양식 일등공신 이었다.

그 마음이 고마운 줄 모르고 살았었다. 그 맛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맛집 메뉴였는데,

사라져가는 닭이 불쌍해야만 했고 아버지 하시는 것이 싫어 그만하시라고 투덜 대곤 했었다. 가을 김장철엔 손수 키운 마늘, 생강, 고추 등 양념으로 배추 500~600포기를 2남 4녀 각자 김치통을 들고 한꺼번에 모이면 동네에선 “ 저 집에 또 큰 행사가 있구나”

하고들 부러워했단다. 가정집이 아닌 김치공장을 방불케 하며 희희락락 수다도 떨며 먹여주고 그간 묶은 사연을 털어놓으며 1년 농사 김장행사가 마무리될 쯤 흥에 겨운 아버지께서 노랫소리로 흥을 선곡하시면 연예인 막둥이가 한가락 받아 부르고 또 둘째,,셋째,,큰오빠,,한바탕 가무를 겸한 무대가 되곤했다. 지금생각해 보면 그것이 현대 노래방 시조가 아니 였을까? ㅎㅎ

전기도, 전자제품도, 모내기도,, 동네에서 제일 먼저 해야만 했고 어떤 행동에도 지지 말고 선두에서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 부모님이 내려주신 정신을 선물로 받았다. 가세는 넉넉했지만 마음은 늘 근면 검소하게, 정신은 늘 깨어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던 부모님. 아버지는 벌써 가신지 6년이 되어 가고 엄마는 대궐같은 집을 홀로지키면서 지금 이 시간에도 밭에서 무언가를 하고 계시리라 생각된다. 연세 90이 되셨기에 이 곳 저 곳 아푼곳도 많으시련만 자식들 앞에선

언제나 “나는 괜찮다” 라고 말씀하시는 엄마 앞에선 어떤 어려움도, 아픔도 표현하지 말아야한다. 어제 저녁 전화통화 중 엄마 말씀에 찡한 감동을 받았다, 뒤늦게 동네 분들과 근교 교회에 나가시는 울 엄마 어제도, 그제도, 늘 기도하신다고 말씀하신다. 코로나19 제발 빨리 물러가고 우리 딸 건강하고 하는 엄무 (학교급식) 안전하게,

마무리 잘 하길 소원한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심쿵!!

그리 먼 거리가 아니어서 자주 찾아 뵙고 나의 특기인 맛난 요리 해 드리고 아픈 곳 보듬어 드려야하는데 ,,그래도 지난 찜질방에서 엄마와1박하면서 나눈 진심어린 엄마와의 달달했던 사연은 내게 오래 기억에 묻고 싶고, 실천하고 픈 마음 간절하다.

농사일을 그만해도 되지 않겠어요?? 란 가족들의 질문에 “농부는 죽어야 손을 놓는다”라면서 많은 의미를 담긴 긴 한숨을 내쉰다.눈치 껏 밭에 다가 큰 나무를 심어놓은 오빠 맘은 아랑곳 없이 그 나무 밑에 상추심고 고추심고 화초심고 ,, 작은 생채를 심어놓으신다. 딸, 아들이 언제든 오,가는 길에 빈손으로 보내질 못하는 울 엄마, 예전에도 그랬듯이 그리웠던 보양식으로 맞이 해 주실 것만 같은,,, 그랬으면 좋겠다. 아임 미씽 유- 엄마,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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