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교수로부터 호모사피엔스의 3대 재앙으로 지칭받은 기아·질병·전쟁이 ‘신의 거대한 계획’ 또는 ‘불완전한 인간 본성의 일부’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가 2020년판 질병 코로나 바이러스이다. 그렇지만 참으로 다행인 것은 경이로운 경제성장 및 축적된 지식과 지혜 덕분에 인류는 그것을 ‘불가피한 비극’에서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위치를 옮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통제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의 방역시스템과 질병 통제 기술에 대해서는 필자가 공익적 관점에서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다. 그것을 상기하면서 오늘은 ‘퇴치 노력과 방역 성과’에 대한 생각을 역시 공익적 관점에서 공유하고자 하는바 이에 긍정하는 분들이 많기를 기대해본다.

한국의 코로나 방역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많은 나라들이 격찬한다고 9시 뉴스는 연일 보도한다. 이른바 K-방역이다. 유럽과 아프리카는 허겁지겁하다가 이제 와서 한국의 방역시스템을 배우라고 말하고 다급해진 핀란드는 검체를 한국으로 가져와서 진단해간다.

지난달 14일 국내산 진단키트 60만개가 미국땅으로, 19일에는 130만개가 남미 브라질로 공수됐다. 일각에서 초기에 ‘줄 서서 기다린다’고 불평하던 마스크도 200만장 미국으로 날아갔다. 500년 전 아메리카 대륙은 콜럼부스가 발견했지만 2020년 아메리카 대륙의 코로나 감염자는 대한민국 진단 키트가 발견하고 있다.

왜 없나 싶었는데 인터넷을 보니 각종 미확인 루머가 넘친다. 정부가 초기에 코로나 오보를 냈고 대응미숙으로 한국인이 백 수십 개국으로부터 입국 거부를 당했다는 기사도 그런 것이다. ‘국제적 망신을 당했는데 정부는 이에 대해 사과한 적이 없다’고 공격하고 있다. ‘오보’ ‘미숙’ ‘망신살’ 등은 맞는 것일까. 지난 몇달을 돌아봐도 코로나에 관한 유의할 만한 오보는 별로 없고 국제적 망신살도 발견되지 않는다.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의 방역 성과를 정부가 가로챘다는 유치한 기사도 보인다. 이 말 속에는 정부와 국민을 교묘히 분리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어 보인다. 재난으로 사회가 위급할 때 컨트롤 타워는 당연히 중앙정부이다.

세월호 때 컨트롤 타워를 제대로 작동시키지 않은 것은 당시 중앙정부였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다 많은 학생들이 희생당한 아픈 기억이 우리 안산 시민의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있다. 과잉대응이 무대응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만일 이번에도 정부가 능동적이고 신속히 나서지 않았더라면 큰 혼란이 빚어졌을 것이라는 것은 여러 정황을 볼 적에 불을 보듯 뻔하다. 그 일선 현장에 의료진이 있었고 공무원이 있었고 자원봉사자가 있었고 마스크 생산업자가 있었고 약국 앞에서 인내하며 줄을 서준 시민들도 있었고 키트 제조업자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방침을 잘 지켜준 현명한 국민이 있었다. 정부는 정부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그리고 일산 기관은 기관대로 유기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코로나가 점차 종식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의료진은 정부의 투명하고 체계적인 지휘에 의해 기능적으로 빛났고 그런 의료진의 활약이 축적되어 나라의 성과가 된 것이다.

목숨을 담보한 자원봉사자들의 수고로움 없이는 방역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았을 것이다. 누가 누구의 성과를 가로챘다는 것인가. 정부의 ‘대응미숙’이나 ‘국제망신’ 운운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국제망신’이다. 5월초의 황금연휴를 보낸 후 서울에서 갑자기 확진자가 늘어났다.

긴장감이 돌지만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자신감으로 잘 막아낼 것으로 확신한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방역시스템을 잘 작동시켜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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