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꽃이 핀 아몬드 나무>(제작연도 1890, 유화)

네덜란드 후기인상주의 화가로 널리 사랑받는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는 인류 역사상 가장 사랑 받는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삶은 그리 아름답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고난의 삶을 살다간 작가 중의 하나이다.

그의 인생에 화가로 살아간 시간은 고작 9년뿐이었지만 900여점의 작품과 1100여점의 스케치를 남겼고, 그가 생전에 팔아본 작품은 단1점(아를의 붉은 포도밭) 뿐이었다. 세상으로부터 자신의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스스로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 불운의 천재 작가 반 고흐.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쓸모없는 사람을 두 종류라고 말했다. 하나는 천성이 게으르고 강단이 없어서이고, 다른 쪽은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된 사람들이다 라고 구분했다.

후자는 일을 하려는 욕구로 불타지만 어려운 환경이 그를 억눌러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사람이라고 추가설명 했다. 그의 가족, 친척, 친구, 지인 중에서 테오만이 고흐의 작품을 인정했고 지지를 했었다.

고흐는 일반인의 눈으로 보면 쓸모없는 인물이었다. 파리에서의 삶이 녹록치 않았던 고흐는 화가로서 새로운 삶을 살겠다면서 프랑스 아를로 갔다. 아를은 거리마다 아몬드나무가 풍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그는 '탄생', '축복' 의미를 갖고 있는 아몬드 꽃에 빠져들었다.

환영받지 못한 존재로 살면서 고집스럽고 외로운 길을 걸었던 그는 자신의 그림을 후대사람들이 알아주리라 확신 했지만 현재 느껴보지 못한 환대를 아몬드 꽃을 통해서 얻고 싶었는지, 아니면 다시 태어난다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삶으로 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축복 넘치는 결혼식에서 사용하는 흰색 꽃이 캔퍼스에서 쏟아지듯이 피어있다.

그가 선택한 배경은 옥색 하늘이다. 순수함을 간직한 고흐의 가슴이나 다름없다. 파란색이 아닌 옥색엔 흰 색이 섞여있고, 배경 속에 깔린 옥색 하늘과 아몬드 꽃의 색은 시작점이 같다. 아몬드 꽃은 고흐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보면 어떨지, 고흐의 삶은 시공간을 초월해서 축복과 환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꽃피는 아몬드 나무>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테오에게 보냈다. 테오 아이의 출생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 간절함과 동생에 대한 끝없는 애정은 아몬드 꽃잎 하나하나에 칠해져서 아이에게 전달됐다.

고흐가 사랑하는 조카의 건강과 사랑 축복을 담아 정성으로 그려 선물로 준 <꽃이 핀 아몬드 나무> 작품은 평생 그 조카가 애지중지 지녔다가 고흐 박물관에 기증 되었다고 한다.

나는 고흐의 수많은 작품 중 특히 <꽃이 핀 아몬드 나무>를 좋아한다. 언젠가 고흐 전시를 관람한 후 왠지 이 그림은 좋은 기운이 올 것 같아서<꽃이 핀 아몬드 나무> 그림액자를 구매하여 그 당시 고3이던 아들의 책상에 놓아 준 기억이 있다. 그 에너지의 기운인지는 모르지만 아들은 이듬해 봄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갔고 난 지금도 이 작품만 보면 고흐의 어려웠던 생애와 그의 독특한 터치와 아름다운 색감에 빠져들곤 한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서 나의 작품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귀히 대접받고, 사랑 받고, 축복받는 작품이 되기를 늘 기도 하며 오늘도 켄버스 앞에서 겸허한 마음으로 열심히 작업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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