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미덕은 꽃들의 향연이다. 봄날에 피는 꽃에는 유명한 꽃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꽃들도 있다. 유명한 꽃들의 공통점은 화려한 자태이다. 유명하지 않은 꽃들의 공통점은 소박함이다. 화려하든지 소박하든지 이 꽃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은밀한 부분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는 점이다.

이 생명들은 4월에 눈치를 보지 않는다.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 자신의 것을 숨기지 않는다. 해맑고 솔직하다. 어디서든지 어떤 조건이든지 4월에 자신의 것을 자신의 것대로 드러낸다. 생명력이 있는 대로 살아난다. 그래서 4월은 피어남의 시간이고 생명력이 절정으로 살아나는 시간이다. 그래서 봄이고 그래서 아름답다.

내 무덤 앞에 서지 마세요.

그리고 풀도 꺽 지 마세요.

나는 그곳에 없답니다.

나는 그곳에 잠들어 있지 않아요.

나는 불어대는 천 개의 바람입니다.

나는 흰 눈 위의 다이아몬드의 반짝임입니다.

나는 익은 곡식 위를 내려 쪼이는 태양 빛입니다.

나는 당신께서 고요한 아침에 깨어나실 때에 내리는 점잖은 가을비입니다.

나는 원을 돌며 나는 새들을 받쳐주는 날쌘 하늘 자락입니다.

나는 무덤 앞에 빛나는 부드러운 별빛입니다.

내 무덤 앞에 서지 마세요. 그리고 울지 마세요.

나는 그곳에 없답니다. 나는 죽지 않았답니다.

(나는 천개의 바람, 어느 인디언)

코로나 19로 온 세계가 멈추었다. 많은 생명이 죽음을 당했고 사람들은 공포로 위축되고 있다. 어느덧 죽은 사람들이 10만 명을 넘어섰다. 벌써 라고 놀라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긴장은 느슨해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지금 난리인데, 확실히 코로나 초기보다는 무덤덤하다.

1차 세계대전에서 약 900만 명 그리고 2차 세계대전에서는 약 7000만 명이 죽었다는 사실에 인류의 생존에는 많은 죽음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드는 생각은 우리가 생명의 소중함도 기억해야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죽음이 놀랄 일이고 슬픈 일이긴 하지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님이라는 것이다. 죽음을 피하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그럼 죽음을 만나면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다. 그것은 우리가 만나는 죽음을 어떻게 살아내는가 하는 것이다.

4월에는 기억해야 할 시간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6년 전 세월호에서 304명의 무고한 생명이 죽임을 당한 세월호참사가 있다. 물질이 우상이 되고 성장이 신성시되는 세상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생명경시의 상징적 사건이다. 욕망의 충족을 위해 곁에 있는 생명을 먹이로 삼는 자기 확장의 세계가 만들어 놓은 구체적 결과이다.

304명의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 기억해야 함은 304명의 죽음을 잘 살아냄을 의미한다. 그것은 생명을 중시하고 생명의 존엄함을 우선으로 살아내는 것이다. 그것이 죽음을 잘 살아내는 것이다. 이것은 순전히 살아있는 사람들의 일이다.

2020년 4월에는 부활절이 있다. 2000년 전 죽음을 너머 삶으로 살아 낸 사건이다. 생명이 죽음을 품은 사건이다. 죽음을 사랑으로 승화시킨 사건이다. 무엇보다 생명력이 살아나게 한 사건이다. 나도 이 봄날에 봄의 꽃들처럼 피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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