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버리고 떠난 비정한 부모가 죽은 자식의 재산을 상속받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우리민법 제1004조는 상속 결격사유를 규정하고 있지만, 부양의무를 해태한자를 상속 결격사유로 삼지 않는다.

그래서 자식에 대한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고 자식을 버린 매정한 부모라 하더라도, 어쨌든 자식이 사망하는 순간 상속에 관한 권리를 가진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일반의 법감정과는 배치되어 문제가 제기된다.

가수 고 구하라씨의 상속 관련 논쟁이 뜨겁다. 방법은 입법을 통해서 법을 개정하는 것인데, 입법을 기대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자식을 버린 매정한 부모를 상속에서 배제하고자 한다면, 자식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를 상속결격 사유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부양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하였는지 여부는 상대적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고, 그 평가 또한 일률적이기 어렵다. 그래서 부양의무의 이행을 상속결격 사유로 삼는 것은 무수한 또 다른 분쟁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법개정이 현실화 될지 여부에는 의문이 많다. 나아가 만약 법이 개정된다 가정하더라도, 고 구하라씨 사안에서 적용될 수 없기도 하다.

현행법 하에서는 기여분으로 문제를 풀 수밖에 없다. 기여분은 쉽게 말해 피상속인이 재산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에 더 많은 기여를 한 상속인에게 상속재산을 더 많이 분할하는 제도이다.

그래서 위 사안에서는 친모의 상대방인 가족들이 얼마나 피상속인의 재산 형성 또는 유기에 기여를 하였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자식을 버린 매정한 부모라는 사실 보다 누가 피상속인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기여를 많이 했는가가 중요하다. 실제 재판에서는 자식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은 참고사항 정도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오빠 등 가족들의 보살핌으로 성장한 자식의 재산에 오빠 등의 기여가 높은 것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법원은 기여분을 평가함에 있어 매우 엄격하다.

즉, 단순히 생활을 함께 한다거나 통상의 부양의무를 이행하는 정도로는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결혼 후 20여년을 부모를 모시고 산 경우에도, 특별히 재산의 형성 유지에 기여한 바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오랜기간 부모를 모시고 살았다는 것만으로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기도 한다.

실무에서 보면, 참으로 불합리한 결론이 아닐 수가 없다. 실제 재판에서는 증거를 통해서 엄격하게 기여사실이 증명되어야 하고, 그래서 기여분이 쟁점이 되는 법원의 판결은 항상 불합리 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사실 이 문제는 법원이 기여분을 유연하게 인정하는 것으로 충분히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서정현 변호사 nackboom@naver.com

법률사무소 의담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광덕서로 72, 403호(고잔동, 중앙법조빌딩)

홈페이지 http://edlaw.co.kr

문의 031-8042-2441

저작권자 © 반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