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이웃과 거리를 좁히고 만남을 갖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다. 특히 아파트는 특히나 그렇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도 어색할 때가 많다. 서로 얼굴을 보더라도 모른채 하거나 눈 인사 정도로 끝난다. 참으로 삭막한 이웃들이다.

시골에는 이웃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음식을 나눠먹는 등 인정이 넘쳐난다. 김장하는 날에는 동네 잔치가 벌어질 정도다.

돼지고기를 삶아 김장김치에 싸먹던 기억이 아련하다. 지금생각하면 그 시절이 그리울때가 많다. 필자가 사는 아파트에는 '이웃사촌'이라는 동네모임이 있다.

같은 동에 사는 6명이 한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만나는 이웃들이다. 제일 어른은 필자 바로 옆 세대에 사시는 분이다. 친형님처럼 존경하는 분이다. 나머지 분들도 정이 많은 분들인데, 직업도 다양하다. 태어난 고향도 각기 달라서 정을 나누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런 모임에서 작년 10월께 계획을 하나 세운게 있었다. 부부동반으로 베트남 여행을 가자는 거였다. 나름대로 거창했고 꿈도 야무졌다.

우리들의 여행은 베트남을 잘 알고 있다는 총무가 차곡차곡 진행했다. 베트남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였다. 월남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라서 더욱더 그랬다.

베트남 여행을 해본 적이 없는 필자의 마음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바이러스 19는 야심찬 계획에 찬물을 끼얹은 도화선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결국 이번 여행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섭섭하기 그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아파트 이웃들이 즐기려던 베트남 여행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서운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어쩔수가 없는 선택이었다. 급기야 봄날이 돌아왔다.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그런 아름다운 계절이다. 하지만 전국의 자치단체에서 개최하던 꽃 축제가 취소되고 있다. 꽃길따라 물길따라 이어지는 섬진강 매화축제가 대표적이다.

오솔길과 산언덕 멀리 바라다 보이는 섬진강의 풍경은 환상적이다. 매화향기 그윽한 상상을 해본다. 사람들이 이때쯤이면 여행을 즐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디 그뿐인가. 여수 동백꽃과 구례의 산수유 말이다. 겨울바람을 이겨내고 고운 자태를 뽐내는 산수유는 영원 불멸의 사랑을 전하는 봄날의 전령사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소상인과 자영업자를 집어삼킬 태세를 하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계절은 꽃을 피우면서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봄이 오기는 온건가'하고 하늘에 묻고 싶은 수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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