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자가 신고 또는 고소를 하면 가장 먼저 피해자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진다. 피해자는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다. 이때, 경찰에서 이루어지는 첫 조사가 매우 중요하다. 피해자가 사건의 주된 내용을 진술하면, 이를 바탕으로 피의자의 혐의가 더욱 구체화되고, 처벌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은 이후에 사건의 진행 양상은 피의자, 즉 가해자가 혐의를 인정하느냐, 부인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피의자가 자백을 하면 수사는 빠르게 진행된다.

피해자의 구체적인 진술은 이미 있고, 피의자도 혐의를 인정하는 것이라면 사건이 빠르게 종결될 수 있다. 범죄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가 이미 충분해서 더 이상의 수사가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피의자가 부인을 하는 경우에 생긴다. 이때 수사는 장기화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피해자는 2회 3회 추가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성범죄 피해자는 바로 이때, 즉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할 때 힘들어진다. 피해자에 대한 추가 조사가 이루어지고, 수사기관이 사건의 진위를 거듭 물으면 피해자는 수사기관이 자신의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는다고 느낀다.

절차상 부득이하게 필요한 것이라 거듭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도 피해자는 수사기관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때로는 비협조적으로 돌변하여, 본인이 피해자인데 피해자에게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이냐며 항의하기도 한다.

피해자의 1차 진술 중에서 객관적인 사실, 예를 들어 사진, 동영상, 녹음자료 등과 배치되는 부분이 드러났을 때는 더욱 문제다. 이때는 피해자의 거짓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도 하다. 그래서 수사기관은 피해자의 진술을 더욱 신중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 2차 3차 조사를 반복하는 건 필수적이다. 그래야만 진술의 일관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범죄 피해자가 단 한번만 진술하는 것으로 가해자가 처벌될 수 있다고 오해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가해자가 혐의를 다툰다면, 피해자의 추가 진술이 필요한 때가 더 많다. 때로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서 진술해야 한다. 성범죄의 특성은 피해자의 진술 이외에는 다른 증거가 없기 때문에 법원은 장기간 수차례 반복되는 피해자의 진술을 살펴 일관성을 파악한다.

수사가 길어지면, 시간은 피해자 편이 아니다. 피해자는 사건이 어떻게든 마무리되고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잊을 만하면 추가 조사가 이루어지니 힘겨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피해자에게는 수사과정 하나하나를 지나갈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고, 절차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만 적절한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피해자에게 변호사의 조력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서정현 변호사 nackbo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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