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상 간호사 생활하며 조산사 역할까지 담당…음악으로 소외계층 보듬고 마음의 병도 함께 치유
국문학 공부하며 글 쓰는 취미 흠뻑 빠져 이게 행복…한때 산후조리원 운영 다문화·탈북여성 지원 보람

엄인희 씨가 갓 태어난 아이를 바라보며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엄 씨는 새 생명을 볼 때마다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사진=최제영 大記者

엄인희 간호사는 중앙대 간호학과를 나와 주로 산부인과에서 근무했다.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새 생명을 보면서 그는 늘 생명의 소중함을 느껴야 했다. 티 없이 맑은 피부에 눈도 뜨지 못하는 영아의 표정, 그리고 응애응애 울고 있는 모습에서 나의 존재를 확인했다. 산후조리원을 차렸을 때는 원대한 포부가 있었다. 그러나 그 사업은 13년이라는 세월에서 멈추고 말았다. 원래 음악을 좋아했다. 특히 드럼을 배우면서 신나는 인생을 꿈꿔 봤다. 지금도 늘 즐겁다. 드럼에 심취한 탓일까. 전국 드러머는 사람들의 리더로 우뚝 서있다. 무려 회원이 7000여 명이나 된다고 한다. 요즘은 매주 토요일 드럼을 배우려는 사람들의 길잡이 역할까지 하고 있다. 문학에도 관심이 많다고 했다. 뒤늦게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것도 글 쓰는 취미에 빠지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12월 19일 실버세대를 위한 이색 공연 '딕훼밀리와 함께하는 송년 콘서트'도 준비하고 있다. 낮에는 병원에서 밤에는 ‘이빠진동그라미’에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일과가 궁금했다. 그가 일하는 수원의 한 여성병원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Q 본업이 간호사인가.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간호사는 나의 천직이고 30년을 넘게 해온 직업이다. 오늘날 나를 있게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중앙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여러 대학 및 대형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주로 산부인과 쪽에서 근무를 많이 했다. 엄마 뱃속에서 나온 아이들을 수없이 본 편이다. 생명의 소중함을 가까운 곳에서 본 격인데, 아름다운 추억들이 솔솔하다. 그러나 요즘 산부인과는 폐업 위기에 몰려있다. 출산율이 저하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정책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지경에 놓여있다. 정말 큰일이다.

엄인희 간호사는 중앙대 간호학과를 나와 주로 산부인과에서 근무했다.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새 생명을 보면서 그는 늘 생명의 소중함을 느껴야 했다. 엄인희 씨가 자신이 근무하는 여성병원에서 밝은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최제영 大記者

Q 간호사에 조산사 자격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맞는 말이다. 옛날말로 하자면 '산파'역할을 하는 직업인데, 뱃속에 있는 아이를 받아내는 직업이다. 출산을 옆에서 도와주는 일이다. 산모의 몸이 회복되도록 건강관리 및 여러 가지 업무를 챙겨주는 것이다. 산부인과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출산의 모습을 봤고, 조리사 자격까지 얻으면서 산모의 힘든 부분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일에 익숙해졌다. 과거에는 병원에서 출산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절에 있었다. 그 당시는 모두 자연분만이 이뤄졌고, 산파역을 하는 분들이 존경을 받아왔다. 아주 오래된 얘기다.

Q 요즘은 산후조리원도 많이 생겼다.

산부인과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산후조리원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나도 얼마 전까지 선부동에서 산후 조리원을 운영했었다. 당시 꿈도 컸고 희망도 많았다. 운영도 비교적 잘된 편이다. 그러나 개인 사정으로 산후조리원을 접었다. 13년간 운영을 했는데, 돈이 없어 힘들어 하는 임산부들과 함께했다. 대부분 탈북여성과 다문화 여성들이었는데, 경우에 따라 무료로 산후 조리를 해준 적이 많다. 일부는 50%를 감면해 주기도 했는데, 나름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당시 200여만 원이 비용을 전액 무료로 해주거나 감면해 줬는데 가끔 길에서 만나면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는 일도 있다. 모두 감사할 따름이다.

Q 산후우울증에 음악이 효과적이라는 말이 있다.

정말 맞는 말이다. 산후우울증은 생각보다 무서운 질병이다. 경우에 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정신병 중에 하나다. 자신을 부정하는 아주 위험한 단계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그래서 최면심리 공부도 했었다. 여러가지 치료법이 있지만 음악이야 말로 특효라고 할 정도도 효과가 크다. 음악은 우울증 뿐만 아니라 여러 질환에 치료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음악을 듣고 드럼 같은 악기를 하면 흥을 돋게 되는데 치료에 엄청난 효과를 가져온다.

음악은 인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엄인희씨는 동그라미밴드 단장이다. 그가 드럼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Q 음악이 그 정도로 소중한 것인가.

모든 임상실험에서 확인되고 있는 사실이다. 나는 다문화 여성들을 대상으로 통기타 음악회를 주기적으로 실시한 바 있다. 특히 우울증 환자를 케어하는데는 이만한 치료법이 없다고 본다. 드럼을 치는 음악인으로 환자에 대해 미력하나마 도움을 주려고 노력을 했다.주변에서는 '백의의 천사'라고 부르는데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흔적은 남기려 혼신을 다했다. 정신요양병원과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이 누구보다 높다. 그들이 음악을 필요로 할때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다. 물론 나 혼자는 아니었고 늘 동그라미밴드가 함께했다.

 

Q 동그라미밴드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2009년 중앙동에 있는 한 공간에서 음악인들이 모여 운영하는 사랑방에서 출발했다. 당시는 간판도 없이 시작했다. 참으로 추억이 서린 얘기다. 윤기동씨가 악장을, 내가 단장을 맡고 있는데 사회복지시설 등에 공연을 나가고 있다. 동그라미밴드는 모두 6명으로 구성돼 있다.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 보컬 2명 등으로 이뤄져 있다. 정신병원과 요양원 등에 공연을 나가고 연1회 정기공연을 하고있다. 나름대로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다.

엄인희 씨가 한 공연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음악은 모든 병을 치유하는데 큰 몫을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Q 이빠진동그라미 라이브카페도 궁금하다.

좀전에도 언급했지만 동그라미밴드를 구성해 음악인들끼리 만나 허심탄회하게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공연장을 운영하는데 유지비가 필요했다. 그래서 2016년에 이빠진동그라미 카페를 개업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누구나 편안히 무대에 올라가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최고의 음향시설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모든 악기가 준비되어 있다는 점도 칭찬받을 일이다. 7080 분위기를 연출해 한번 와본 사람이면 다시 찾는 그런 곳이다.

Q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데.

30년 이상을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데 생업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간호사라는 직업이 참 좋다. 지금 근무하고 있는 곳은 수원에 있는 여성병원인데. 출산율 저하로 운영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고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문제는 심각할 거로 예상이 되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산부인과 대부분이 어려움에 처해있다. 특별히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 안타까운 부분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글쓰는 게 좋아 대학에서 국문학을 공부했다. 국문학 학사인 셈이다. 앞으로도 글을 쓰고 노래부르고 드럼을 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환자 치료에 있어 음악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친구같은 관계다. 이 같은 사실은 여러 조사에서 나오고 있다. 매주 토요일 5시 이빠진동그라미에서 초보 드러머를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있는데,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오는 19일 실버세대를 위한 이색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일명 '딕훼밀리와 함께하는 송년콘서트'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간호사에서 기획사 대표로 여러 명함이 있지만 오로지 나의 목표는 음악으로 아픈 몸을 치유하고 어려운 이웃과 음악을 함께 즐기는 일이다. 이게 나의 최종 희망이자 목표다. 특별히 바라는 것이 있다면 시민들이 모여드는 노적봉 공원에 공연을 할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인터뷰=최제영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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