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밖 창문너머, 보이는 치악산 산자락은 위에서 부터 붉게 붉게 물들어 가고 있고,밭두렁에 심어 놓은 콩은 튼실히도 여물어 짚불에 구어 먹던 어린시절을 생각나게도 한다.

오늘 아침은 새벽 공기가 제법 쌀살하여 아침 산책에 제법 두툼한 옷을 입고 머풀러를 두르고 산에 오른다. 산이랄 것도 없는 언덕길 정도이지만 공기는 너무 신선하여 암 노무시키가 꼼짝도 못하고 시들시들 죽을 것 같다.

산책길 초입에는 정원 멋진 아주 조그마한 교회가 있고, 그옆엔 “안녕,당신”이란 간판이 달린 예쁜 꽃 가득한 카페도 있다.

까페를 지나 300미터 가다보면 민가 하나가 있는데 그 집을 지날 때는 다섯 마리 강아지가 떼 지어 반겨준다. 다행히 오늘은 강아지 간식을 준비 하여 나누어, 던져 주고 잔돌이 가득한 흙길을 봄이,혜정이,종국씨랑 같이 진한 노란색의 들국화 향기에 취해 암 환자임을 망각하고 정겨운 대화를 나누며,즐거운 발걸음을 산으로 향한다.

더운 여름 삼성병원에서 초고속으로 방사선 치료하고 원주 요양병원으로 입원 한 것이 훌쩍 3개월째 이다.

입원한 팔월달은 어떨결에 지나 갔고,구월은 별의별전 이랑 AIEF 안산국제환경미술제 하느라 마약 진통제 먹어가며 암환자인지도 모르게 뛰어 다녔고,10월은 벽화 3곳 그리느라 또 한달이 지나간다.

안산에는 암 전문 요양병원이 없다.

물 좋구 산 좋은데 찿다 보니 이곳 원주까지 와서 고주파 치료랑 면역주사 맞고 운동두 하며 지내는데, 암 환우 들이 많이 지루해 하는 듯 보여 미술로 재능 기부 하기로 했다.

다행히 병원 측에서 재료비도 모두 부담 해 주신다 하며 제게 고맙다고들 하시니 참 감사한 일이다.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쉬운 민화를 선택 하여 일주일에 한번 수업 해 주기로 했다.

학교 졸업하고 붓으로 물감 칠하는 것은 처음 이라며 학교 미술시간이라도 된 듯 어린 학생들처럼 천진난만 하게 웃고, 떠들고, 네것이 잘했네, 내것이 잘했네 하며 하하호호 재미있어 하신다.

일주일에 한번 하기로 했는데 저녁시간에 무료하면 수시로 할 때가 많아 그 또한 재미이며보람이라 생각하고 감사하다.

언제나 우리의 불편함을 늘 헤아려 주시고 살뜰히 보살펴 주시는 샛별 선생님과 다른방의 요양보호사인 올해 68세 이신 옥순여사님 덕에 이곳에 오래 머물 수 있는지도 모른다.

암으로 인한 척추 골절 두 개로 식사의 식판 그릇도 못 들었을 때 늘 내것을 날라 주시고

현재도 빨래며 여러 잡일을 도와주시기도 한다.

웃음이 암치료에 좋다며 코미디언처럼 늘 시간 날 때 마디 웃겨주시는 옥순언니와,쉬는 날에도 통증은 괜찮냐며 문자 보내 주시는 샛별선생님의 정성 어린 마음은 어떤 항암제 보다도 잘 치료 될 것 이라 믿는다.

지금도 항암제와 사투를 벌이시는 많은 암 환우님들이 계시다.

용기 잃지 마시고 우리 함께 기도 합시다.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해보자! 아자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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