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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 이야기
반월신문 | 승인 2019.09.05 14:47

배드민턴을 처음 배울 때의 이야기다. 레슨을 받는데 코치가 셔틀콕도 없이 매일 받는 자세만 연습시키는 거다. 일단 폼부터 익혀야 한다며 게임에 들어가는 것도 말렸다. 처음에는 코치의 태도가 답답하기만 했다.

섣부른 게임이 폼을 망쳐 실력이 안 는다는 말을 종종 무시하기도 했다. 애써 잡아놓은 자세가 망가지든 말든 당장의 재미를 좇았다. 몇 년이 지나 직접 겪어본 다음에야 운동에서 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운동에서의 폼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폼 잡는다’는 말이 살짝 부정적인 의미로 쓰여, 폼 마저도 이상한 낱말처럼 들릴 수 있으나, 폼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기본은 어디에나 필요하다. 글에서는 무엇이 기본일까. 문학적 감성, 상상력, 창의력, 표현력, 관찰력, 문장력, 세심하게 보기, 깊게 생각하기 등등 문장이 문학이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요소들이 필요하다. 문학적 글을 위한 기본 요소에 나는 맞춤법을 끼워 넣고 싶다.

맞춤법은 소홀히 여겨지기 십상이다. 더구나 요즘엔 맞춤법 검사기도 있고, 글을 컴퓨터로 쓰면 틀린 글자를 알려 주기도 해서 맞춤법을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글의 여러 요소들 중에 제일 뒷줄에 세워 놓고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의 글을 종종 읽는다. 출판된 책에서조차 맞춤법이 틀린 예를 가끔 발견하는데, 일반인들의 글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조심스럽다.

하지만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사소해 보이는 맞춤법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좋겠다. 좋은 글의 전부가 맞춤법이 될 수는 없겠지만, 기본 중의 하나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말 맞춤법을 지켜 쓰는 일은 참 어렵고도 힘들다. 한글이 쉬운 언어라 하지만, 규칙도 많고, 예외도 있어 제대로 사용하기가 까다롭다. 게다가 사회적인 약속인 언어는 생명이 있어 때에 따라 생성, 소멸, 변화를 반복한다.

입사 첫해인 1989년에 개정된 맞춤법을 기준으로, 바로 그 전까지 국어 시험에서 맞는 답으로 골랐던 삭월세를 버리고 사글세를 사용해야 했다. 현실에선 전혀 쓰이지 않는 자장면 음가는 2011년까지 줄기차게 맞는 표현으로 사용되었다. 지금은 짜장면, 자장면 둘 다 옳은 표현으로 인정한다.

우리가 쉽게 사용하는 말들 가운데서도 헷갈리는 표현들이 많다. 글에서 ‘지금 바로’의 뜻을 가진 ‘금세’를 ‘금새’로 쓰는 경우를 많이 본다. 금시에의 준말이라 ‘금세’가 맞음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못 사용하고 있다.

‘허구한 날’, ‘후텁지근하다’가 바른 표현임을 아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안’과 ‘않’, ‘돼’와 ‘되’, ‘이’와 ‘히’ 등의 구별은 또 어찌나 어려운지. 이쯤 되면 머리에 쥐가 나지 않을 수 없다. 외래어 표기법도 생각과 다를 때가 많고, 띄어쓰기까지 가면 머리는 점점 더 복잡해진다.

국립국어원에 의하면, 우리나라 헌법 136개 중 111개 조항에서 234건의 맞춤법 오류가 발견된다 하니, 더 말해 무엇하리.

처음 출판사에 취직했던 때를 기억한다. 국문과를 나왔고 맞춤법에 자신 있다고 생각한 나는 원고 교정쯤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지만, 첫날부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두꺼운 사전과 우리말 맞춤법 용례를 옆에 끼고도 교정지는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지금도 글 하나 쓸 때마다 맞춤법 때문에 사전을 찾아보는 경우가 많다.

 

맞춤법을 지켜 쓰는 데는 오랜 노력이 필요하다. 책이나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주의 깊게 살피고, 사전을 통해 확인해야 하는 지루한 노력을 요한다. 마치 내가 배드민턴을 배울 때 스윙 연습을 한 것처럼 반복해서 살피고 뇌에 저장해야 하는, 즐거움 없는 노동일 수도 있다. 그래도 글을 쓰려면 맞춤법은 지켜 쓰면 좋겠다. 세수하고 밖에 나가듯 기왕이면 글도 다듬어 내보이면 더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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