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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오백 년 전의 질문
반월신문 | 승인 2019.07.09 18:51

평생교육의 시대다. 평균수명이 늘고 사회구조의 다변화에 우리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 배우는 일에 나이가 중요하지 않을뿐더러 정책과 사회시스템도 적극적으로 그를 지원하는 요즘이다.
 2년 전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몇 십 년 만에 다시 학생이 되는 기분은 어색하지만, 회춘의 감동도 있다. 매주 토요일 9시 첫 교시에 맞추려면 7시 30분에는 출발해야 여유가 있다.
어머니의 아침과 약을 챙기고 나와야 하기에 토요일 아침은 더 분주하다. 수업은 1시간가량의 점심시간과 30분 정도의 저녁 간식 시간을 포함해서 14시간 30분 동안 쉼 없이 진행된다. 기말고사 후 하루와 명절을 빼고는 휴강도 결강도 없다.


자의가 아니었다면 첫 수업 마치고 도망갔을 일이다. 열정만으로 견딜 수 없을 일을,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하고 있다. 대부분 다른 전공을 마치고 2급 정사서 자격을 취득하고자 등록한 사람들이다. 나이와 직업도 다양하다. 이미 학교나 도서관에서 사서를 하고 있거나 또 다른 학사취득이나 제2의 인생을 위해 이 과정을 선택한 것이다. 개중에는 현직 도서관장이나 고위 공무원도 있다.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나는 그중 최고령자다. 교수님도 몇 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적다. 요즘은 나이로만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진심을 동반한 따뜻한 배려와 자발적인 봉사 정신, 이것이면 어디서든 왕따 당할 일이 없다. 오히려 나이가 많다면 적응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이런 배경에서의 공부는 이미 나의 내면의 증명이다.


 최고 수명 70년이라는 솔개는 40년 정도를 살면 발톱과 부리가 노화되고, 두꺼워진 깃털로 날기가 힘들어져 사냥하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고 한다. 그때 솔개는 30년의 새 삶이거나 노화로 인한 도태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데 갱생의 길은 절대 쉽지 않다.


우선 높은 산으로 올라가 바위를 쪼아 구부러져 쓸모없는 부리를 깨뜨려 다시 자라기를 기다린다. 부리가 새로 돋으면 이젠 발톱을 하나씩 뽑아내고, 새 발톱이 자라나면 날개의 깃을 하나씩 뽑아 결국 새 모습이 되는 데는 약 반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배우고 익혀 안다는 것은, 새로운 것에 익숙해져 그 이치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나의 파자법(破子法)으로 보자면 알 지(知)자는 화살 시(矢) 자와 입 구(口) 자가 합친 글자이다. 입으로 아는 것을 화살처럼 쏟아놓을 수 있는 것을 ‘안다’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지혜 지(智)자는 아는 것을 종일 조리 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이 아닐까.
아무리 아는 게 많다 한들 대단할 것도 없는 세상이지만, 논어(論語)의 학이편(學而篇)의 대표 문구인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의 동감을 구하는 질문에 이제야 그렇노라고 답할 수 있다. 학점을 얻기 위한 노력의 대가가 아니라서 스스로가 대견스럽다.
이런 것이 평생교육이 주는 성취의 기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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