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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은 어떻게 형성 되는가-들꽃청소년세상 이재호 대표
반월신문 | 승인 2019.07.05 18:37

오래 전 일이다. 한 아이와 같이 살게 되었다. 새로운 친구가 같이 살게 되면 부닥치는 문제가 있다. 기존의 아이들과의 관계이다. 어디나 마찬가지로 사람의 부닥침에는 권력관계가 근저에 깔려있다. 그리고 다양한 형태와 수준으로 힘겨루기가 있고 새로운 질서가 형성된다.

예상대로 첫 날부터 기존의 아이들과 부닥쳤다. 자신은 담배 냄새가 싫기 때문에 다른 방으로 옮겨달라는 것이었다. 방은 2곳 이고 다른 5명이 모두 담배를 피기 때문에 방법을 찾기 위해서 아이들과 함께 회의를 했다.

결론은 아이들이 담배를 줄이고 담배를 피면 양치와 손을 씻고 방에 들어가기로 했다. 새로 온 친구는 이런 노력을 보고 양해하기로 했다. 그러나 새로운 규칙은 오래가지 못했다. 매번 양치와 손을 씻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몇 번을 티격 거리다가 결국은 터졌다. 급기야 아이의 아버지가 전화를 해서 따져 물었다. 왜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는데 방조를 하냐는 것이었다. 강력하게 처벌을 하고 단속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론은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래 아이들이 집안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 밖에서 피고 들어오는 것이다. 담배를 피우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을 뿐더러 실효도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래도 주장을 굽히지 않기에 아버지에게 조용히 되 물었다.

담배를 피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알고 계시면 알려달라고. 아버지의 답변은 간단했다. 내 쫒으라는 것이었다. 가장 손 쉬운 방법이고 폭력적이며 비인권적인 답변이었다. 내가 물어본 질문의 답도 아니었다. 결국 아이는 원래 있었던 일시보호소로 되돌아갔다. 아쉬웠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참여해서 세운 자율적인 규칙을 제대로 운영해 보지도 못하고 흐지부지 된 것이 자꾸 생각났다.

인간은 존엄한 존재이다. 자신이 보석이고 가장 존귀한 존재이다. 인간은 누구나 개인으로서 무조건 가치가 있고 존중받으며 윤리적인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 인간존엄에 대한 개념은 스토아 철학을 기반으로 근대 국민국가를 경과하며 현대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동안 값진 희생을 치루고 획득한 내용이다.

고단한 시간을 투자해서 인류가 창조한 가장 위대한 업적이다. 문제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1865년 남북전쟁을 통해서 흑인에 대한 노예제도 철폐와 차별이 정리되었다. 그러나 흑인들의 참정권과 보편적 권리의 문제가 해결된 것은 훨씬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다.

노예제 폐지가 선포 된지 100년이 지난 1968년에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당한 것이 그 증거이다. 인간에 대한 존엄은 저절로 생기는 것도 아니고 저절로 지켜지는 것도 아니다. 존엄은 책임을 동반한 자율과 자신이 자신의 운명의 주인이라는 태도를 가진 참여로서만 형성된다.

때로는 투쟁으로, 때로는 지식과 정보가 아니라 이성과 지성의 토론과 협의로 형성되고 강화된다. 이 과정은 반드시 인내와 의식적이고 의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자율과 참여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자신을 많이 성찰하고 다스려야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간에 대한 무례를 억압하는 방법 이기도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을 보고 있는 것이 답답하고 속 터진다. 그런데 할 수 없다. 이 지루한 시간이 존엄성이 획득되는 유일한 창조과정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스스로 존엄한 존재임을 자각한 사람만이 타인을 존엄하게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인간이 존엄한 존재로 대우받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3가지가 필요하다. 1.자신이 존엄한 존재임을 자각하고 2.자율적인 인간으로 3.자신이 처한 운명에 참여 할 때이다.

사동에 소재한 청소년 열정 공간 99도씨 청소년들이 인쿨루드라는 동아리를 만들어서 생명안전공원 티셔츠를 제작해서 판매를 한다고 한다.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416 가족도 함께한다고 한다. 수익금의 절반은 세월호 진상규명에 그리고 절반은 아이들의 생산적 활동에 쓰기로 했다고 한다.

경이롭고 희망이 살아나는 소식이다. 이 일의 시작이 무엇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청소년과 청년들이 지역과 사회에 필요한 일이라 기획했고 시작했다고 한다. 416안산시민연대 대표이고 416재단 이사이기도 한 당사자로서는 부끄럽지만 좋아할 일이다. 그래 일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사명을 가지고 하는 것이다.

이 일은 단연코 하나님의 일이 분명하다. 자신의 사적 욕망을 투사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이기에 충실하게 시작한 청소년, 청년들의 사회참여활동에 힘을 보태야겠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이 있다면 힘을 보태 주시길 정중하게 요청 드린다. 안산과 한국 사회에 희망을 심는 행동에 물을 주는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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