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현실정치, 즉 제도권 정치에 만족하는 국민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정치나 정치인에 대한 선호도나 여론조사는 늘 바닥을 맴돈다. 오히려 ‘정치’에 대해 실망을 넘어 절망하는 분들을 주변에서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짐짓 ‘정치’에 무관심하고 그래서 ‘정치’를 혐오하고 그래서 ‘정치’를 외면한다.

민주화를 실현하는데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다. 그렇게 반독재 투쟁으로 얻은 한국의 민주주의는 사실은 형식적이고 절차적일 뿐, 내용적으로는 여전히 미완성이다.

우리는 우리가 직접 대통령을 선출하고 도지사, 시장, 시도의원들을 뽑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국민들은 늘 국민을 우선하는 정치, 시민을 위한 정치를 원하지만 선출된 선량들이 외면(?)하면 적절한 대안이 시민들에게는 없다.

그러나 정치는 우리의 일상을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요체다. 정치는 우리에게 희망을 줄 수도 있고 반대로 절망을 안길 수도 있다. 심지어 정치는 경제보다도 우선하여 우리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정치를 그동안 우린 그냥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하고 경원시했다. ‘정치’를 비난하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구했다. 속된 말로 ‘정치’는 밥상머리에서 안주거리 삼는 것으로 끝냈다. 잘못된 정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일에 소홀했기 때문에 오늘날 정치, 정치인들로부터 받는 엄청난 폐해와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 1조 ①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공화국이란 1인의 군주가 다스리는 나라가 아니라 다수 국민의 의사에 따라 통치되는 국가를 의미한다.

그리고 ②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함으로서 국가권력의 주인은 바로 주권자인 국민이라는 ‘주권재민’을 명시해 놓았다. 국가 권력은 주권자인 국민의 동의나 위임에 의해서 성립되고 정당성을 갖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그동안의 정치, 행정이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고 볼 수가 없다. 국가와 권력의 주인은 국민이 아니라고 의심받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치’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다시 주권재민이다. 이 땅의 중앙정치에서부터 안산시의 지방행정에 이르기까지 백성이 하늘이고 국민이 주인이고 시민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헌법 정신이다. 정치는 특정인들의 소유가 아니다.

현실정치의 틀을 바꾸자. 제도적 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스스로가 모두 주인이라고 하는 정치적 의식과 실천을 만들어 가야 한다. 생활을 통하여 건강한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밑으로부터의 각성과 변혁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 제도적 개혁에도 소홀할 수가 없다. 선거법, 선거제도 등 시급히 보완, 정비, 개선되어야 한다.

결국 정치다! 우리의 미래를 담보하고 우리의 희망을 살리는 이 중차대하고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는 제대로 된 정치를 만드는 일이다. 바로 우리가 우리 스스로 올바른 정치를 실현해 내는 일이다.

그동안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정치는 정치인들만의 몫으로 치부하고 짐짓 무관심해 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정치가 우리의 일상을 좌우하고 정치가 우리의 미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아야 한다. 그리하여 이제부터라도 정치가 특정인들의 전유물이 아니고 정치의 참여는 시민들의 의무이자 권리임을 확인하자.

윤기종 한겨레평화통일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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