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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하는 세모(歲暮)
반월신문 | 승인 2018.12.19 09:28

올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를 돌파한다. 수치상으로 한국경제는 명실공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1인당 국민소득(GNI)이 2만 달러를 돌파한 지 12년 만에 드디어 3만 달러를 넘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서민들의 삶은 고달프고 국민들은 소득이 나아졌다는 정부의 발표나 지표를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무슨 문제일까? 여러 가지 진단과 처방이 있지만 우선 우리 내부에서 그 원인을 찾아 볼 수 있다. 즉 지난 십 수 년 동안 국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에 반대하는 소위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도입되면서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는 커지고 양극화는 한층 더 심화되었다.

정부는 노골적으로 시장에 대한 통제와 조절을 약화시켰고 권력과 결탁한 재벌은 비대해 졌다. 반대로 노동자들의 권리는 악화되었고 설 자리는 좁아 졌다. 그 결과 지금 이 땅에는 극단적인 불평등, 불균형이 만연되어 있다. 상위 1%의 사람들이 국가 전체의 부를 16%나 독점하고 있고 상위 10%의 사람들의 국가 전체의 부를 60% 이상을 점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사회는 이미 균형을 잃었다. 저출산 고령화가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고 고용불안이 우리 사회를 뿌리 채 흔들고 있다. 여론화된 청년 실업도 큰 문제지만, 한평생 가족부양이라는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 진 채, 힘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살아온 5,6,70대 장년, 노년들 - 이제 직장을 잃고 할 일이 없어 떠도는 이들이 주변에는 차고도 넘친다. 전 세대에 걸친 고용불안이 일반화되었다. 수십 년 동안 납세, 국방, 교육, 근로의 의무를 성실히 다 한 이들에게 지금 국가는 무엇인가?

얼마 전에 서울 잠실의 한 상가건물 지하실에서 소음방지 공사를 하던 아버지를 돕기 위해 따라 나썼던 고2 아들이 작업 중에 새어 나온 유독가스에 질식해 부자 모두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대학을 포기하고 가사를 돕던 동현이, 영화관으로 PC 방으로 놀러 가자던 친구들을 떨쳐 버리고 아버지를 돕기 위해 따라 나섰다. 단칸방에서 도봉구 방학동 20평 남짓 한 다세대주택으로 옮겨온 지 며칠 만에 그들 부자는 다시는 돌아 올 수 없는 꽃이 되었다. 내 기억으로 그날 서울은 하염없이 비가 내렸다.

4년 전 두 딸과 함께 생활고로 고생을 하다가 결국 목숨을 끊은 세칭 ‘송파 세 모녀 사건’은 사회안전망의 한계를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이다. 같은 해에 벌어졌고 안산에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낳은 ‘세월호 참사’도 현대 사회에서 국가란 무엇이며 정부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 꼼꼼히 따지는 계기가 되었다.

또 한 해가 저문다. 속절없이 가는 해를 잡을 수는 없다. 그러나 시간을 되돌아보며 잠시라도 삶의 여정을 반추하는 시간은 필요하다. 내 안위와 가족들의 안녕을 돌보는 반의 반 만이라도 주변을 돌아보고 십시일반 힘을 보탰으면 좋겠다. 최근에 안산에서 두 명의 젊은이가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그룹홈에서 성년이 되어 나온 아이들로 어찌되었든 생에 대한 애착이 있었는데, 견디지 못하고 삶을 마감했다. 그들의 사인이 ‘고독사’이고 절망감 때문에 자살을 택했다니 이들의 죽음으로부터 우리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전쟁이 없다고 다 평화로운 세상은 아니다. 평화로운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를 뜻한다. 정의가 없는 곳에는 평화도 설 자리가 없다. 정의는 공정하고 평등하고 균형 있는 사회에서 구현된다. 갈수록 살기 힘들어지는 ‘나쁜경제’, 점점 더 신뢰를 잃어 가는 ‘나쁜정치’ 그 속에는 정의가 없고 따라서 평화도 없다.

윤기종 한겨레평화통일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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