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편향된 집착에 사로잡혀 정상에서 벗어나는 상태를 흔히 ‘중독되었다’ 라고 일컷는다.

‘이솝우화’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파리 한 마리가 어쩌다 꿀맛을 본 나머지, 앞발을 꿀단지에 걸치고 꿀을 빨아먹다가 “에라 이왕 먹을바에야 앞다리를 단지에 넣고 마음껏 먹어 보자”고 했다. 다음엔 뒷다리 마져 넣고 먹다가 나중에는 온몸과 날개까지 빠져 죽었다는 얘기다.

동물심리학자의 연구보고에 의하면 ‘쥐’라는 놈은 쥐덫에 달아 놓은 미끼를 발견했을 때 일단은 두려움을 느끼면서 달아난다고 한다. 하지만 미련이 맴돌아 다시금 미끼에 눈독을 들인다. 구미가 당겨 주체할 수 없게 되자 마침내 모험을 감행하다가 신세를 망쳐버린다는 것이다. 인간의 피유혹심리被誘惑心理와 닮아 있는 듯 하다. 유혹에 걸려들거나 중독상태에 빠져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분별력을 잃어버리기 일수다.

먼저 마약 중독의 경우를 보자. 여러해 전 인기드라마 ‘허준’에서 지고지순한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감명을 안겨 주었던 탈랜트 ‘황수정’이 마약 복용과 사생활 문란 여파로 열성 팬들을 크게 실망 시켰다. 유흥업소 종사자나 일부 연예인들에 국한된 것으로 여겨왔던 마약 복용이 연령, 성별, 계층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자행 되고있어 일대 경종을 울리고 있다. 마약 폐해의 심각성은 한번 맛들이면 헤어나기 어렵다는데 있다.

마약뿐만 아니라 도박의 함정이 도처에 널려 있다. 발을 한번 잘못 들여 놓으면 자의自意로는 빠져나오기 어려운 것이 도박이다. 사행심을 자극하는 도박성 게임으로 카지노, 경마, 경륜, 화투놀이, 카드놀이, 인터넷게임, 주식투자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일단 도박에 빠져들면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없다. 집에 불이났다는 전갈傳喝을 받고도 “불이 났으면 꺼야지” 라며 까닥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간곡한 권유나 만류도 통하지 않는다. 가진것 다 털리고나면 극도의 공황심리로 치달아 심신이 허물어지고 마침내 파산과 가정 해체로 귀결되고 만다. 여사한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또한 부적절한 애정행각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막장 드라마의 소재꺼리로 자주 등장 되기도 하지만,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불륜에 탐닉耽溺 하게되면 이 또한 아무도 말릴 수 없다. 급기야 들통이 나서 가정파탄에 이르거나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아 패가망신이 되고만다. 유사한 보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어쩌면 이솝우화에 등장하는 ‘파리’나 ‘쥐’처럼 달콤하고 짜릿한 찰라의 쾌감에 목숨을 거는 듯 하다.

마약중독, 도박중독, 애정편력중독 등 중독의 폐해에 대해 단편적으로 몇 대목 살펴 보았다.

유사이래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고 인류가 존속하는한 크게 달라지지 않을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견하고있다. 여사한 사례를 남의 얘기로만 듣고 넘길수 있으랴. 남들에게 손가락질하고 돌을 던지기는 쉽지만 자신은 자유로운 사람인지 자문해볼 일이다. 누구나 중독상태에 빠져들 수 있는 기질과 인자를 지니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돈과 ,권력과, 이성은 불덩어리다” 라고 누군가 언급 한바 있다. 적절한 안전 거리를 확보하지 않으면 타죽을수도 있다는 것이다.

임종호 안산문인협회 자문위원(전 안산시청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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