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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창 곡
반월신문 | 승인 2018.10.24 14:39

절실하게 마음을 울리는 애창곡은 기회 있을 때마다 즐겨 부르게 된다. 나의 애창곡을 묻는다면, 박목월 선생이 작사하고 김성태 선생이 작곡한 ‘이별의 노래’를 꼽을 수 있다.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날 밤에 촛불을 밝혀 두고

홀로 울리라. 아~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이 노래는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화면엔 여백이 있고, 그 여백엔 글자나 문양으로 나타내기 어려운 고적한 정취가 무늬져 있을 듯 하다. 더구나 노래가 만들어지기 까지에 얽힌 비련을 알고 보면 더한층 애틋함이 묻어난다. 박목월 선생은 그의 수필집 「그대와 차 한잔을 나누며」에서 ‘이별의 노래’에 얽힌 사연을 밝혔다. 「이 노래를 부르게 한 상대가 누구냐 하는 질문은 어리석은 것이다. 평생에 소중한 비밀 한 두 가지쯤 간직해 두지 않을 수 있으랴. 그러므로 그 상대를 ‘그녀’라 해두자」 라고 말하고 있다.

그녀는 중병을 앓고 있었다. 「박선생님! 하룻밤만 제 병실을 지켜 주시지 않겠어요?」 중얼거리듯 말했지만, 갈망에 가까운 눈길을 느낄 수 있었다. 시인은 그녀의 숨결을 지키며 밤을 지샜다. 입밖에 내어놓고 사랑한다거나 사모한다는 말을 드러낸 적은 없었지만, 그녀와 가까이 있으면 사사로운 욕망 대신 가슴이 충만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멀리 떠나야 할 운명을 예감한듯 마지막 밤이 찾아오고 있었음에도 동요하지않았다. 박선생님, 내세를 믿으세요? 물론이지요. 그녀도 고개를 끄덕 거렸다. 이튿날 그녀의 시계는 영영 멎어 버렸다. 시인은 비통한 심정으로 ‘이별의시’를 읊었다. 작곡가 김성태 선생은 이 시를 읽고 뭉클한 감동을 느끼면서 시의 감흥을 멜로디로 옮겼다 ‘이별의 노래’가 작곡되자 유수한 성악가들이 앞다투어 불렀고, 특히 가을철 음악 무대에서는 거의 빼놓을 수 없는 레퍼토리로 등장하고 있다.

내가 이 노래를 남달리 좋아하게 된 까닭은 또 하나 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겨울 방학을 맞이하여, 뜻 맞는 몇 명의 친구들과 오대산 일원으로 여행을 하게 되었다. 방안에 촛불을 밝혀 놓고 두런두런 얘기도 나누고, ‘성불사의밤’ ‘고향생각’등 산사山寺 분위기에 어울리는 노래도 하면서 정겹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참이였는데,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 왔다. 문을 열었다. 아니..! 예기치 못한 상황에 우리 일행은 모두 기대감과 호기심으로 가득한 눈빛을 하게 되었다. 탈속의 기품이 엿 보이는 한 젊은 여승이 살포시 방안으로 들어오고 있지 않는가!

선입관 때문이였을까? 호기심 때문 이였을까? 사바세계의 번뇌를 아는 듯 모르는 듯 경이로운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었다. 그 여승은 노래 한 곡을 자청하여 ‘이별의 노래’를 불렀다. 밤이 깊은데다 애조를 띤 음률과 호소력 있는 가창력이 심금을 울렸다. 우리 일행이 모두 넋을 잃은 듯 감명을 받고 있는 중에 여승은 아무 말도 남기지 않고 홀연히 물러가 버렸다. 어떤 애절한 사연이라도 있는 것일까.. 이런 저런 상상을 해보게 되었다.

지금도 가끔 친구들과 만나면 그때의 드라마틱했던 추억을 회상해 보며, 무늬로 남아있는 잔영을 떠올려 보곤 한다. 그 여승은 지금 어디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보다 높은 경지로 귀의歸依 했을까? 혹시 환속還俗을 하진 않았을까? 아무튼 세월이 스치고간 상흔으로 몰라보게 퇴색해 버렸을 테지. 어쩌면 이미 유명을 달리 했을 지도... 덧없는 세월, 너도가고 나도 가야지~

임종호 안산문인협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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