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뚝 떨어지기도 했지만 예년 같지 않게 차갑다. 예전엔 그래도 이쯤에는 가을걷이도 했겠다. 오고 가는 정이 넘쳐 따뜻함이 넘실됐는데 이해는 왠지 날씨 못지않게 마음이 엄동이다.

요즘! TV를 켜고 신문을 펼치면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이웃이 이웃을, 재산 때문에, 층간 소음 때문에, 기분 나쁘다고 미워하고 싸우고 죽여 유기하는 뉴스가 태풍에 폭우처럼 쏟아진다. 그처럼 입에 담을 수도 귀로 들을 수도 없는 일들이 줄을 잇고 있다. 안타깝다. 삶은 혼자 사는 것 아닌 더불어 사는 것이다. 혹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이기주의에 함몰 오직 자기 자신 뿐 모른다.

며칠 전 전해들은 이야기다. 물론 우리나라가 아닌 가까운 홍콩에서 있었던 일이다. 홍콩의 유명 영화배우 저우룬파가 전 재산 우리 돈으로 8천100억 원 상당의 적지 않은 돈을 사회에 기부했다 한다.

그는 한 달 용돈으로 12만원을 쓰고 교통수단으론 버스를 이용하고 휴대전화도 17년째 쓰다 최근에 고장이 나 바꾸었다고 한다. 줄 곧 검소한 생활을 하며 모은 재산이라 했다. 그는 자신이 가진 돈은 내 것이 아니고 내가 잠시 보관하고 있을 뿐이라고 하며 이렇게 사회에 기부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도 77세 된 소방관출신 임홍균씨가 폐지 등 재활용품을 수집 판돈과 자식이 준 돈을 모아 익명으로 수차례에 걸쳐 3억 원 이상을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또 탤런트 이영애씨가 포항지진피해자를 위해 5천만 원을 기부 그리고 가수 하춘화씨가 1970년대 2백 억 원 상당을 투자 고향에 학교를 세워 기부하는 등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기부를 하긴 해도 외국에 비해 많지 않다. 그래서 그들이 더 커 보인다.

홍콩영화배우 저우룬파나 우리나라 전직 소방관 임홍균씨, 영화배우 이영애 가수 하춘화 씨에 비할 바 아니지만 요즘처럼 경기가 얼어붙고 삶이 힘든 때 이 지역에서 적지 않게 물품을 기부 어려운 이웃에 전달하는 행사를 볼 수 있었던 그 자리가 더 없이 빛났다.

지금 경기가 위축되어 실업이 급증하고 곳곳에 양지 보다는 음지가 도사리고, 희망보다는 절망의 소리가 많다. 돈, 시간 적절히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이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은 일에는 절대로 돈을 쓰거나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불우이웃을 위해 도움을 아끼지 않는 분들이 바로 그런 분들이다. 그런 분들에게 우리 모두 칭찬을 보내면 어떨까?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재물이나 권력이 아닌 평화와 행복이다. 그 평화와 행복 짧지 않고 길어야 한다. 그런 평화와 행복을 위해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나눔으로 보람을 찾는 것 결코 나쁘지 않다. 그 일 한번쯤 생각해 보자. 밝은 사회를 위해서. 머지않아 연말연시다. 마음도 날씨도 차가운 엄동인 사람, 그 사람들께 마음을 녹이는 나눔 해보는 것 어떨까? 우리 다 함께 고민해 보자.

한정규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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