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게시대 상판 시공 잘못… 5천여만원 혈세 증발

안산시가 성의 없는 행정으로 시민들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사진은 기존 현수막 게시대 상판 모습(왼쪽)과 최근 안산시가 다시 발주한 새 게시대 상판(오른쪽) 모습.

안산시가 성의 없는 행정으로 시민들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21일 안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윤화섭 시장 취임 직후 시내 186개소의 현수막 게시대 상판 교체 작업을 진행했다. 민선 7기 안산시가 새로 출범함에 따라 게시대 상판을 민선 7기 시정구호인 ‘살맛나는 생생도시 안산’로 바꾸기 위해서였다. 안산시는 이 작업을 위해 총 56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런데 최근 안산시는 또 다시 게시대 상판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 기와진회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제작된 기존 상판이 ‘너무 밋밋해 시정구호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시민들의 민원이 계속 제기됐기 때문이다. 시에 따르면 특히 시민들의 민원 중에는 어두운색 바탕의 기존 상판이 ‘세월호 참사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해 상가집 분위기가 난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안산시는 56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시공한 기존 게시대 상판을 철거하고 3400만원의 예산을 추가로 들여 흰색 바탕에 각종 색을 입힌 시정구호로 제작된 새 상판으로 교체하고 있다. 기존 시공을 잘못해 총 9000만원의 시민들의 혈세가 들어간 것이다.

안산시는 ‘시민들의 민원이 많아 교체했을 뿐, 기존 상판이 시 가이드라인에 따라 제작된 것이라 행정상의 잘못은 없다’는 입장이다. 안산시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2013년도부터 시 공공시설물 가이드라인에 따라 시 시설물은 나무기둥과 같은 색으로 이질적이지 않고 자연친화적인 진회색으로 제작돼 왔다”면서 “이는 시설물에 보여줄 것만 보여주고 불필요한 것들은 모두 죽이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 2월부터 단원구와 상록구, 대부도에 각각 1개소씩 기와진회색 바탕의 게시대 상판을 시범 설치했을 때는 시민들의 별다른 반대여론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세월호 트라우마’ 지적에 대해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면 정말 그렇게 보인다”라며 시민들의 고정관념이 문제라는 식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관계부처의 이 같은 해명에 대해 민선 7기 인수원회 ‘안산시 정책기획자문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단순한 안내판의 경우 어두운 색으로 해도 무관하겠지만, 시의 철학과 메시지가 담긴 시정구호를 그런 식으로 전달하면 그 의미가 전부 죽는다”면서 “인수위에서 관계부처로 시정구호를 전달할 당시 구호의 글자체, 색까지 모두 지정해서 보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조의를 표하는 검은색 바탕에 ‘사랑해’라고 쓰는 격과 같다”면서 “공무원들의 최소한의 고민도 없는 행정으로 시민들의 혈세가 펑펑 새는 모습이 안타깝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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