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 대한항공과 한진그룹 직원 그리고 시민 등 500여 명이 모여 촛불집회를 가졌다. 그들은 저항을 상징하는 ‘벤데타 가면’을 쓰고 조양호 일가 퇴진과 갑질 근절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 사회자는 ‘땅콩 회항’의 피해자였던 박창진 사무장이다. ‘갑질 없는 회사에서 사람답게 근무하자’는 피켓을 들고 ‘대한항공 지켜내자’는 구호를 외쳤다. 물론 박 사무장은 가면을 쓰지 않고 대중들 앞에 섰다.

‘벤데타 가면’은 만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주인공 '브이'가 쓴 가면으로 저항을 상징한다. 가이 포크스 가면이라고도 부른다. 만화 ‘브이 포 벤데타’는 가상세계에서 극우집단의 생체실험으로 탄생한 '브이'라는 인물이 권력에 대한 심판을 한다는 내용이다. 벤데타(vendetta)는 복수를 의미한다.

인자한 모습의 조양호 회장과는 달리 부인과 두 딸의 모습은 참 보기 딱하다. 무엇이 부족해 그리 앙칼진 목소리일까? 조금 표정만 굳어져도 주변 사람들이 심기를 살피느라 쩔쩔맬 텐데, 물건을 던지고 그리 소리를 질러야 할까?

5월 3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조건 없는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국회 앞마당에서 단식을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가경졍 예산안과 판문점 선언의 비준에 동의하면 특검을 검토하겠다고 하니 무조건 수용하라는 요구다.

그가 5월 5일 국회에서 단식농성 중 30대 남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범인은 대북 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경기도 파주에 갔다가 여의도로 발길을 돌려 김 원내대표를 때렸다는 것이다. 폭행이유는 자유한국당이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을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드루킹 사건 이후 댓글까지 읽는 습관이 생겼다. 대한항공 갑질 댓글은 그들의 갑질을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역시 입에 담기 어려운 표현도 많다. ‘그 어미에 그 딸’ 정도를 그래도 인용할 수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 폭행사건 기사에도 댓글이 참 많이 달렸다. 역시 표현이 거칠다. ‘웬 목보호대?’ 정도를 그래도 인용할 수 있다.

사람들이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또 무슨 권리로 '안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현대 심리학의 탄생에 기여를 한 데카르트(Rene Descartes)는 ‘인간의 감각이 부정확하다’며 ‘감각을 통해 얻는 지식도 부정확할 수 있다’라고 생각했다.

대한항공의 오너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반대로 직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인식의 차이다. 대부분 사람들처럼 판문점 선언도 역사적인 선언이라고 인식할 수 있다. 또 야당 대표처럼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야당 원내대표 폭행과 관련하여 검찰은 자신과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정치인을 폭행해 상해를 가한 것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밝히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 했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집회라는 합법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그들이 업무를 태만히 하려는 것이 아니고 회사를 사랑한다고 피켓에 적었다.

내 생각이 항상 옳은가? 자신의 가치관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행동에 옮길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합법적인 범위의 일이다.

야당 원내대표 폭행범이 국회 앞에서 자신의 뜻과 다르다며 야당 대표 단식 기간만큼 단식 1인 시위를 했으면 어찌 됐을까?

경찰이 정신질환 조사와 함께 배후를 조사한다고 하니 밝혀질 일이다. 그가 “사람이 사람을 때리는 것은 정말 나쁜 짓”이라면서도 “맞는 사람은 다 이유가 있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되면 세상이 어찌 될 것인가. 공권력(公權力)의 의미를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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