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앙도서관에서 처음 기획되어 6월부터 9월까지 운영되었던 성인대상 서평교육 프로그램 ‘책, 안산시민이 안산시민에게 권하다’가 예상보다 더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수강생들의 적극적인 호응, 그리고 질 높은 결과물에 힘입어 올해 2기로 이어졌다. 올 2기는 횟수를 늘려 4월부터 9월까지 운영되며, 기초반과 심화반으로 나뉘어 한창 열띤 수업 중에 있다.

중앙도서관의 서평교육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후 관리까지 해준다. 우선, 수강기간 갈고 닦은 수강생들의 서평을 묶어 서평집을 발간해 나눠준다. 다음, 각계각층으로 배부하여 적극 알린다. 그리고 온오프라인에서 시민서평단으로 활동하도록 돕는다. 또한 자발적 수업이 이어지도록 장소제공 등 물심을 아끼지 않는다. 거기에 더하여 서평 관련 공모전 등 유익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이쯤 되면 왜 그렇게까지 도서관이 서평교육에 관심을 쏟는지 궁금해질 것이다. 필자 또한 2년간 서평단 강사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궁금했다. 그 답은 손경수 평생학습원장의 서평집 인사말에서 찾아볼 수 있다.

“SNS와 인터넷 글쓰기가 일상화된 지금시기에, 글쓰기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높아진 욕구를 충족시키고, 서평 글쓰기를 통해 안산시민이 읽을 책을 안산시민이 직접 선정하여 소개함으로써, 독서와 도서관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특별히 마련된 프로그램입니다.”

핵심은 ‘시민이 시민에게 권하는 책’에 있다. 입소문 효과를 독서와 도서관에 접목한 발상이 신선하다. 또한 책 읽기 쉽지 않은 현실에서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어 현실로 실천하기까지 공들였을 관계자들의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져 고마움을 전한다.

안산에는 30여 개의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하니 도서관마다 특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마음껏 펼치고 싶어도 예산 부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중앙도서관의 시민서평단 양성과정을 비롯한 기발한 몇몇 인기 프로그램은 힘든 공모사업을 거쳐 진행 중에 있다. 도서관에 대한 시 예산이 좀 더 늘었으면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평은 읽은 책에 대한 조리 있는 설명과 평가를 문자화하는 작업이다. 그런 면에서 느낌, 감동, 깨달음 등을 쓰는 독후감과는 다르다. 서평에서의 설명과 평가는 독자의 책읽기에 영향을 미치므로 책임이 따른다. 그래서 함부로 평하면 안 된다. 독후감보다 더 깊은 사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서평쓰기의 장점은 심화된 독서행위를 통해 자아성찰을 이룸에 있다. 책을 읽고 이해하고 해석하는 작업을 거쳐 힘들게 글로 표현하고 나면 자아성찰의 보상이 따른다. 반복을 통해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삶의 변화를 감지하게 된다. 나아가 잠재된 독자들의 독서여부에 영향을 끼치고 세상을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바꿔갈 수도 있다.

중앙도서관이 깔아놓은 멍석에 좀 놀 줄 아는 시민들이 모여 함께 하는 서평수업은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서평 교정의 반복을 통해 더러는 생각지도 않았던 문학상을 타기도 하고, 더러는 안산의 책 선정위원으로 활약하기도 하고, 또 더러는 지역 신문에 서평을 게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시민서평단의 모습에 흐뭇함과 보람을 느낀다.

금번 2기에 참여하는 수강생들 또한 1기에 못지않게 열심이다. 아직은 서평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는 못했지만 매주 책을 읽고 글을 써와서 함께 나누며 교정하는 과정을 즐길 줄 안다. 각자는 한 권의 책을 읽고 왔지만 다른 이들의 서평을 통해 다양한 책을 읽는 효과 또한 누린다. 그리고 관심 있는 책을 찾아볼 기회를 제공받는다.

필자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새 희망을 본다.

서평이 쉬운 강좌가 아님에도 수강인원 30명 정원을 매번 넘어서는 시민들의 관심이 놀랍고, 전문가들 스터디에서도 매번 글을 발표하기란 쉽지 않은데 매회 진지한 글쓰기를 해오는 모습에 경이를 느낀다.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의 저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그래서 소망한다. 부디 이 사업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 안산시민 모두가 서평단이 되는 기적이 이루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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