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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신현미 | 승인 2018.03.15 09:47
아동문학가.수필가

독서 모임에서 ‘반디’라는 필명을 가진 북한의 저명작가가 탈북자, 브로커 등을 통해 원고를 유럽으로 반출시켜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고발>이라는 책을 다뤘다. 20개 국가에 판권이 팔렸고 영국, 미국, 캐나다, 독일, 스웨덴 등에서 동시 출간되었으며 영국에서는 펜(PEN) 번역상까지 수상한 외국에서 더 유명한 책이다.

책 속 일곱 편의 이야기는 1987년부터 1995년 사이에 쓰인 단편 소설들로,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김일성 주석 사망 전후의 북한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금의 북한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고 읽더라도, 북한 작가의 생생한 글을 처음 접하게 되어 신선했다. 쾌락성, 철학성, 문학성을 고루 갖춘 글에 적지 않은 감동 또한 받았다.

<고발>은 북한식 사회주의 경제제도의 문제점, 출신 성분으로 구분되는 연좌제로 고통 받는 북한 주민들의 아픈 사연, 통제와 억압 속에 길들여진 나약한 존재의 무력감, 사상과 체제 속에 갇힌 슬픈 인간사, 감시 속에 유린당하는 인권 등을 담담하게 작품으로 담아 녹여놓았다. 그래서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또한 그런 악조건에도 서민들의 인간애는 살아 서로를 챙기는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가슴 따뜻하다.

“옛날 어느 곳에 열 길 울타리를 빽빽이 둘러친 한 동산이 있었다우. 거기선 늙은 마귀가 수천의 종들을 거느리구 있었구요. 한데 놀라운 건 그 동산의 열길 울타리 안에선 언제나 웃음소리밖에 들려나오는 것이 없었다는 거였어요. 사시절 하하호호 하고 말이지요. 그건 바로 늙은 마귀가 자기의 종들한테다 온통 웃는 마술을 걸어놓았기 때문이었다나요. 왜 그런 마술을 걸어놓았냐구요? 그야 물론 종들을 학대하는 자기 죄행을 가리우고 우리 동산 사람들은 이렇게 행복합니다 하는 속임수를 쓰기 위해서였지요. 그러자고 다른 동산 사람들이 넘볼 수도, 드나들 수도 없게 열 길 울타리두 쳤던 거구요. 그러니 글쎄 생각 좀 해보시우. 그 동산 사람들의 입에서는 어디가 아프거나 슬퍼서 엉엉 울어도 그것이 하하호호 하는 웃음소리만 되어 나왔으니 세상에 그처럼 악한 마술이 어디 있고 그처럼 무시무시한 동산이 또 어디 있겠수.”

다섯 번째 단편 ‘복마전’에 나오는 할머니가 손녀에게 들려줄 창작동화 내용이다. 이 책 <고발>을 해학적으로 압축해 놓은 것 같아 시원하고 통쾌하고 재밌다.

20여 년 전 북한의 상황은 암울했다. 지금의 북한 관련 소식을 들어도 더 나아진 것은 없는 것 같다. 김일성보다 사나운 김정은의 막나가는 행태를 보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요 몇 년 사이 화려한 고층빌딩 증가, 휴대폰 등 전자기기의 높은 판매율, 대형마트 등 시장상권 형성, 자본가 등장 등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고 하니 불안하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값싸고 생산력 높은 인력과 손 타지 않은 천연자연 등은 강대국들 사이에서 누가 먼저 신대륙에 배를 댈 것인가 하는 경쟁을 부추기는 상황이라고 통일 관련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함에도 우리가 손 놓고 구경만 하는 실정이라 답답하단다. 일개 서민인 필자조차 조바심이 나는 부분이다. 원래 우리는 한 민족으로 한 나라였는데, 북한 땅도 우리 땅이었는데, 더는 다른 나라에 뺏기면 안 되는데 말이다.

북한 체제에 견디지 못하고 탈출하여 남한으로 온 새터민들의 삶은 곤고하다. 일부 고위층을 빼고는 나아진 것이 없단다. 우리나라 서민들도 일자리가 없어 먹고 살기 힘든 시기이니 오죽하랴. 그런데 통일이 되면 이런 문제가 해결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남쪽의 기술력과 북쪽의 자원이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를 내어 세계 강대국 대열 합류도 가능하다고 하지 않는가. 십여 년 전 개성공단 등 남북이 교류하며 곧 통일이 이루어질 것만 같던 시절이 그리웠는데, 최근 들어 그 가능성이 조금씩 보이는 듯하여 가슴 설렌다.

신현미  mo3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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