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신대(等身大)의 6개 입상.

프랑스 파리 로댕 박물관에는 로댕이 조각했다는 고뇌에 찬 침울한 분위기의 입상 6개가 박물관 마당에 전시되어 있다. 바로 칼레시가 1347년 영국에 포위되었을 때 시민들을 위해 밧줄에 목을 매어 죽기를 자원한 칼레 시민 6명을 기념하여 조각한 것이다.

프랑스의 가페 왕조가 끊어지고 바로 왕조가 들어서자 영국의 에드워드 3세는 자기 어머니가 가페 왕조임을 내세워 왕위 계승권을 주장하였다. 이래서 일어난 전쟁이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오랜 기간(1339-1453)을 두고 싸운 일명 백년 전쟁이다.

1347년 에드워드 3세의 군대에 의해 프랑스의 북부 항구도시 칼레는 포위되었고 용전분투하였으나 결국 항복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항복 조건은 매우 가혹하였다. 칼레 시의 유력 인사 6명으로 하여금 머리를 빡빡 깎게 한 다음 목에는 밧줄을 걸고 시의 모든 열쇠를 건넨 뒤 목을 매는 처형을 받는 것이었다.

이때 칼레의 가장 부자인 위스타슈 생 피에르가 먼저 자원하였다. 이어서 시장이 나섰고, 상인과 그 아들도 나섰다. 이들은 모두 칼레의 지도자들이었으며, 인원은 7명이 되었다. 그때 생 피에르가 이렇게 제안하였다. ‘내일 아침 장터에 가장 늦게 나오는 사람을 빼자’. 다음날 장터에 생 피에르가 나오지 않자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다. 그러나 나중에 시민들은 그가 자원한 지도자들의 용기가 약해지지 않도록 스스로 목숨을 먼저 끊은 것을 알게 되었다.

영국왕의 예상과는 달리 6명의 칼레 시민은 희생적으로 이 역할을 잘 수행하여 커다란 불상사를 막을 수 있었다. 이들에 감명 받은 왕비 필립퍼의 만류에 의해 6명의 칼레 시민은 처형을 면했고, 목숨 또한 건질 수 있었다.

이를 기념해 세운 것이 바로 ‘칼레의 市民 ’ 군상 6개다.

노블레스 오블리제 교훈을 언급할 때면 이 ‘칼레의 시민’ 군상을 언급하는 이유는 지도자의 용기와 헌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모그룹 회장의 극단적 용기(?)를 언론을 통해 접하면서 느끼는 것은 ‘재벌 회장한다는 사람의 지도력이 과연 이것밖에 안 되는가?’라는 회의감 때문이다.

지도자의 용기와 헌신은 이렇듯 중요하다. 내년이로 곧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학연과 지연이 아닌 진정한 지도자를 잘 뽑는 것도 우리 시민들이 해야 할 몫이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케 한다’는 성서의 말씀처럼 지혜가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든다. 연말이면 보이기 위한 기부가 아닌 참 좋은 마음으로 기부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너나없이 익명으로 또는 누가 알까봐 쉬쉬하며 기부를 한다.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춥지만 따뜻하고 행복하다. 연말을 보내면서 이 땅에 구세주로 오신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 사회를 좀 더 따뜻하게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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