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를 운영하다 보면 시민들의 민원전화를 받곤 한다. 언론사가 시청도 아닌데도 대표번호를 알아내 신문사에 민원을 넣는다. 그럼 이 시민들은 왜 언론사에 민원을 넣는 것일까? 우연히 신문을 보다가 전화번호가 눈에 띄어 연락을 해오는 수도 있지만 대다수는 시청에 알려도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 한 시민이 월피동과 본오동, 그리고 와동 일대 화물차가 차선을 막고 있어 출·퇴근 시간에 불법 주차를 해놔 여간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라면서 전화를 걸어왔다. 특히 새벽이나 아침시간에는 예열을 위해 시동을 걸어놔 매연에 시달린다고 한다.

게다가 어린이들이 불법주정차량 사이에서 튀어나올 경우 시야가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자칫 인명사고의 위험도 여러 차례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화물차주들의 차고지 불편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 엄연한 불법행위 때문에 시민이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단 지역 현수막 민원 문제도 마찬가지다.

운전자들은 엄청난 현수막에 혀를 내두르며 가끔 언론사에 민원을 넣는다. 운전 시 시야를 방해할 뿐 아니라 정당한 사용료를 지불하며 현수막을 내거는 일반 시민들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토로한다. 불법광고물 수거보상제가 운영 중이지만 예산도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공단 지역은 일반 시민들이 수거하기에도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

위의 2가지 민원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해당부서의 단속 의지다.

시민들이 안산시에 민원을 제기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 그럼 그렇지 똑같다는 말만 푸념과 함께 섞여 나올 뿐이다. 단속 의지가 없는 것인지 도대체 민원을 1~2차례 여름철부터 제기해도 안산시 공무원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아니 단속 시늉은 했으니 꼼짝은 한 셈이다.

첫째 민원은 여름철부터 3~4차례 이상 민원을 제기한 사안으로 이달까지 수정되지 않은 민원이고, 둘째 민원은 현수막은 수거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매일 동일한 상태가 반복되고 있는 민원이다. 현수막을 건 업체에 대해 과태료를 전혀 부과하지 않고 있기에 철거 후에 또 다시 게첩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단속인력이 실제 없다고 가정하면 공무원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1~2차례 민원을 넣었을 때 이러한 반응은 그렇다 치자. 헌데 같은 피해를 당해 3~4차례 민원을 제기해도 시정되지 않았을 때 느끼는 시민들의 상실감은 상상외로 크다. 그러한 민원 때문에 잠을 못자고, 자신의 가족이 다치고, 매우 적은 돈으로 똑같은 목적을 이루는 것을 눈으로 목격했을 때 말이다.

특히 하소연의 대상이 공무원일 때는 더 심한 말이 나오게 마련이다. “철밥통이다. 돈을 받았다.” 등등 인격 모독까지 겸해지기 십상이다. 민원을 제기하면 피해를 보는 이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러한 이들과 다퉈야 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도 사람이기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까 하는 측은지심도 든다.

그러나 그 이전에 불법행위를 묵인하는 공직사회는 측은지심이 그다지 오래가지 않는다.

그러한 감정이 지나면 드는 생각은 바로 ‘직무유기’다.

한 두 차례는 누구나 실수로 보지만 그러한 횟수가 서너 차례가 되면 그것은 실수가 아닌 고의적 회피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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