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미(아동문학가/수필가)

“인생이 아무리 나빠 보여도 살아있는 한 희망이 있고 성공할 부분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십여 년 전쯤 이스라엘의 한 텔레비전 토크쇼에 출연하여, 진행자의 “장애 때문에 삶을 끝내고 싶었던 적은 없냐?”는 다소 당혹스런 질문에 내놓았던 인상적인 답변이다.

수십 년간 주변 아랍 국가들과의 전쟁과 테러로 힘든 상황인 이스라엘 국민과 각가지 사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말이었다. 지금도 명언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호킹 박사는 옥스퍼드 대학교를 졸업할 당시만 해도 조정 선수를 할 정도로 건강했다. 그러나 캠브리지 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하여 물리학을 전공하던 스물한 살의 한창 젊은 나이에 루게릭병 진단과 함께 2년 생존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

엄청난 시련이 닥쳐온 것이다. 그러나 그는 낙담하지 않고 불치병을 정신력으로 견디며 우주 생성 비밀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여 서른세 살에 영국 왕립협회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마흔세 살에는 폐렴으로 기관지를 잘라내어 목소리를 잃게 된다. 이쯤 되면 삶의 끈을 놓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절망하지 않았다. 휠체어에 연결된 음성합성장치를 이용해 힘들게 강연과 대화를 하면서도 많은 업적을 쌓았다.

호흡곤란으로 24시간 인공호흡기를 달고 사는 극단적 환경조차도 호킹 박사의 삶에 대한 의지를 꺾지 못했다. "당신의 업적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것은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것입니다.” 분명 호킹 박사에게 장애는 걸림돌이었다. 그런데 그는 이 장애를 디딤돌로 삼아 자신의 삶을 바꿔놓았다. 매순간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했다. 부정에서 긍정으로, 낙담에서 희망으로, 생각을 바꾸니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니 그의 삶이 바뀌었다. 그래서 2년 시한부 인생에서 50여 년을 더 살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도 호킹 박사만큼은 아니지만 크고 작은 걸림돌이 있다. 가시가 있다. 그 걸림돌과 가시로 인해 삶이 힘들고 막막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실망하고 낙담하여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다. 왜 내게 이런 아픔과 시련을 주냐고 원망도 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을까 고민도 한다. 한번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모든 것이 밉고 싫어진다. 불평불만이 늘어난다. 시기질투도 따라 붙는다. 이때 자칫 부정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면 무기력 또는 고집스런 모습으로 변하여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게 한다. 그러면 우리 안의 걸림돌과 가시는 더욱 커져 고통을 배가 시킬 것이다.

절대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상황도 생각을 달리하면 바뀔 수 있다. 나를 곤란하게 하는 걸림돌이라며 불평하던 상처를 나를 위한 디딤돌이라고 여겨 딛고 일어나보자. 나를 힘들게 하는 가시라고 원망하던 아픔을 나를 깨우는 침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히 받아들여 보자. 불평, 불만, 부정, 실망, 절망의 상황에서도 감사, 만족, 긍정, 기대, 희망을 찾아낸다면 분명 우리에게도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상처 없는 사람이나 조직은 없다. 단, 자신의 큰 상처를 묵묵히 잘 견딜 뿐 아니라 남의 상처까지 보듬는 사람과 자신의 작은 상처만 중요하여 소란을 피우고 주변까지 확대시켜 모두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왜 나를 힘들게 하냐고 원망만 할 것이 아니라, 내게 이런 상황이 왜 왔을까를 생각하면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진다면 자신을 비롯한 주변의 사람들, 나아가 조직이나 사회가 분명 지금보다는 훨씬 건강해지고 희망차질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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