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자체가 잎사귀 위주의 가로수에서 열매 맺는 가로수로 수종을 바꾸면서 가을이 되면 가로수가 수난을 당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수난을 당하는 가로수는 대략 감나무와 은행나무로 열매를 잘못 채취하면 특수절도죄에 해당돼 범법자가 될 여지가 많다.

작년 사례를 보더라도 막대를 이용해 나뭇가지를 휘어잡고 불법으로 감이나 은행을 딴 시민들이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특수절도 혐의로 입건된 경우가 더러 있었다. 입건된 주민들 대부분이 한결같이 죄가 되는 줄 몰랐다. 홍보를 하든지 아니면 현수막이라도 하나 걸어 놓았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항변이었다고 하니 무지의 소치가 부른 낮부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같은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은 지자체마다 가로수 관리 지침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지자체는 아예 따가도록 내버려두는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곳은 적극적으로 열매를 채취해 복지기관에 나누는 곳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지자체에 뚜렷한 지침도 홍보도 없다보니 주민들과 지자체 사이에 신경전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교통사고의 위험마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무관심과 방치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지자체의 사례를 참고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수원시 영통구의 경우 구에서 일정 기간을 정해 은행을 채취한 후 관내 장애인학교와 복지기관에 보낸 사례가 신문에 소개된바 있다. 구미시도 가을 수확기에 열매를 채취하지 않으면 자연 낙과돼 가로의 미관을 해치고, 보행자에게 불편을 초래하며, 단속을 피해 야간 무단 채취가 빈번히 발생해 나무를 훼손하거나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점을 감안해 관내 시민들에게 열매 채취를 가능토록 하고 있다. 단 개인이나 단체는 관할 읍, 면, 동에 비치된 등록부에 서명한 후 채취 요령 및 주의 사항에 대해 사전 교육을 받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태백시는 은행나무 열매가 떨어져 도로변에 악취를 풍기고 열매 채취로 교통사고 발생 및 훼손 소지가 있어 이를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에서 공공숲가꾸기 인력을 참여시켜 열매를 수확해 사회복지시설 40여 개소에 급식 및 간식용으로 무상 배부한 사례가 있다.

광주광역시 북구청은 가로수 열매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사전에 채취 승인을 위한 신청을 받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은행나무 열매 채취 신청 안내서에 보면 대상 지역 가로수, 신청기간, 승인통보, 신청 자격, 신청 방법 등이 자세히 언급되어 있다. 승인 조건을 보면 은행나무 인근 거주 주민, 공익 목적의 사회단체를 우선 선발하고, 가로수 관리에 자발적으로 참여토록 권장하고 있다. 또한 교통량이 비교적 적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채취노록 하며, 장대를 주로 사용하여 가로수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나무를 발로 차거나 돌멩이 등을 던지는 행위 시 훼손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채취 후에는 은행잎 등 뒷정리 완료를 채취 조건으로 하고, 판매 및 수익 목적일 경우는 승인을 불허하고 있다. 기타 사항으로는 신청 기간이 중복될 경우 공익성, 거주지, 신청일 순으로 선정하며 주택 경계선에 위치한 경우 합동 채취를 권장하고 있다.

거의 모든 시에서 가을이 되면 가로수에 열린 열매를 서로 채취하는 과정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교통사고의 위험도 큰 것을 감안해 가로수 열매 채취에 대한 지침을 빨리 마련해 지금이라도 시민들에게 홍보가 되었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올해도 가로수 열매 채취를 놓고 한바탕 소동이 일어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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