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서울남부교도소를 방문한 사람이면 깜짝 놀랄 일이 있다.

그 시설의 세련됨에 놀라고 또한 인근에 아파트가 버젓이 있다는 광경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그런데 과정이야 어떻든 중요한 점은 이 순간에도 평화롭게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이 복지시설처럼 보이는 교도소가 화랑유원지에 들어온다고 한 번 가정해보자.

인근 주민들과 여러 시민단체들은 다른 곳을 물색하라면서 아마도 큰 난리가 날 것이다. 화랑유원지가 아니더라도 안산 어디 곳이든 교도소 건립을 찬성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불 보듯 뻔한 미래다.

서울시 한 복판에 추모공원이 들어온다면 어떠한 반응이 나올까? 역시 반대 의견이 폭주했을 것이다. 이 역시 불 보듯 뻔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불 보듯 뻔한 이야기가 현실에서는 뻔하지 않다.

거짓말처럼 서울시 한 복판인 서초구에는 ‘서울 추모공원’이 현재 운영되고 있다.

아무리 최첨단 그리고 친환경을 자랑하는 ‘서울 추모공원’도 서울 한 복판에 들어서기까지 겪은 우여곡절과 주민들의 반대는 여느 다른 추모공원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2001년 7월 서초구 원지동으로 부지가 선정된 이후 약 150일 만에 반대소송이 제기됐다. 결국 이 소송은 6년이란 세월 동안 지루한 법정분쟁으로 이어졌다. 특히 인근 300m에 위치한 세원마을의 일부 주민들은 “무조건 안 된다”면서 극렬하게 반발했다.

추후 서울시가 소송에서 승리하자 무조건 반대를 외치던 주민들은 오히려 화장장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다. 점차 화장시설에 대해 박사가 되어 간 주민들은 서울시와 오히려 대화를 더 자주 요구했다.

싸우다 정든다는 말이 있듯이 양 측 갈등의 골은 점차 얕아졌다.

결국 구청 측도 주민들의 의견을 소중히 받아들였고 설치 계획을 수정함과 동시에 당근책(국립중앙의료원 유치)도 내놓았다. 이렇게 탄생한 곳이 바로 ‘서울 추모공원’이다. 탄생하기까지 주민과의 대화만도 430여 차례, 관계 부처와의 접촉도 130번이나 이뤄졌다.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현재 안산시는 세월호 추모시설 즉 4.16 안전공원(가칭)때문에 민민 간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정부가 시행한 용역 결과 화랑유원지가 최적 후보지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반대를 외치던 주민들은 콧방귀도 뀌지 않고 있다.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조사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에서다.

주변의 이웃들조차 세월호 추모시설 조성지로 화랑유원지를 원하지 않고 있는데 정부나 안산시의 조사는 믿을 수 없다는 마음이 바닥에 깔려 있다. 그래서 반대 주민들은 이 사안을 주민투표에 부치자는 의견도 이미 제시한 바 있다.

‘중론(中論)’이라는 말이 있다.

보통 중론을 모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굽히지 않던 고집도 이 놈이면 꺾을 수 있다.

단원고 뒷산에다 조성하는 안, 시 외곽에 이미 들어서 있는 하늘·꽃빛공원 내에 설치하는 안, 납골당을 제외하는 안, 안산이 아닌 진도에 설치하는 안 등 수없이 많은 의견들을 놓고 대화를 나누고 또 나눠야 한다.

화랑유원지로 밀어 부치려는 인상이 깊게 남아 있는 한 주민들은 극렬히 저항할 것이고 또 그 어떤 혜택도 거부할 것이다.

국무조정실과 정부는 이러한 눈높이와 주민들의 의견에 발 맞춰 ‘조커’가 포함된 여러 카드를 제시해야 한다.

용역결과는 안산시민들의 ‘중론’이 아니다.

저작권자 © 반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