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최근 안산시 관내 4호선 역에서 열차에 의한 사고가 연이어 일어났다. 주로 자살로 추정되는 사고를 놓고 스크린도어 미비가 문제인양 언론이 크게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과 예방을 위해 심리적 부검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본다.

죽은 이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한 후속 조치가 신체 부검이다. 신체에 대한 부검을 통해 드러나지 않은 사망 원인을 밝혀낼 수도 있고, 범인 검거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자살에 의한 사망 원인은 신체의 부검만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기 위한 작업이 바로 심리적 부검이다.

심리적 부검은 1980년대 세계 1∼2위의 자살률로 골머리를 앓던 핀란드가 처음 도입해 1986년 인구 10만 명당 30.3명이었던 자살률을 2012년 17.3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인 자살예방 대책 중 하나다.

최근 몇몇 지자체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자살에 대한 예방 대책으로 경찰서와 손잡고 사망자의 ‘심리적 부검’을 실시하고 있다. ‘심리적 부검’이란 자살자의 유가족과 친구 등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의 인터뷰 및 유서 등 모든 활용 가능한 자료를 수집, 죽음에 이르게 된 위험 요인을 조사 분석해 자살의 사회적 정신적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다.

심리적 부검의 목적은 첫째 고인의 가족, 친구, 가까운 지인과의 면담을 통한 고인의 사망 당시 겪었던 심리상태를 분석하며 둘째 사망에 영향을 끼친 사건들을 조사하고 셋째 효과적인 자살 예방 전략을 수립하고 넷째 유가족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책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연구도 함께 진행되고 있는데 참여 절차는 다음과 같다.

각종 심리 상담센터나 병원, 개인의 직접 연결 등을 통해 유가족이 연구에 참여할 수 있다. 면담 장소는 자택이나 상담소, 카페 등 면담 대상자가 최대한 편안함을 느끼는 장소로 정한다. 면담시간은 약 2시간 정도 소요되며, 편안한 상태에서 사망자에 대해서 조사원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면 된다. 대화 내용은 고인의 사망 전 삶에서 나타난 다양한 상황들에 관한 것들이다. 그 뒤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조사원이 체크리스트를 통해 세부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세부적인 질문 내용은 경제 및 학업 활동, 군 과거력, 성격 및 스트레스 유발 요인, 가족력, 어린 시절, 사망 당시 내용, 부검내용, 자살 및 자해 시도 경력, 신체 및 정신 건강, 알코올 및 약물 복용, 유전적 요인, 유서 및 자살 의도 표현 등이다.

심리적 부검을 위한 면담에는 이점도 있지만 위험 요인도 있다. 면담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 및 해소감을 얻을 수 있는 반면 고인에 대해 말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불편할 수도 있다.

면담 시 준비사항은 주민등록증과 통장사본, 수사기록, 유서 관련 자료 등이며 면담 기록은 비밀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연구 목적으로만 쓰인다. 심리적 부검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와 경기도자살예방센터가 아주대학교와 손잡고 이제 연구를 시작했을 정도다. 세계자살예방의 날을 맞이해 지자체들이 이제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심리적 부검에 많은 분들이 용기를 내서 참여하기 바란다.

용기 있는 결단이 앞으로 자살을 염두에 둔 많은 이들을 살리는 귀한 연구 자료가 될 것이다.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라도 늦은 감이 있지만 심리적 부검은 의미 있는 일이라 본다.

자살은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내 가족 내 친척이 그 대상일 수 있다는 마음과 관심이 귀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죽자송이 아닌 ‘살자송’을 부르며 생명의 귀중함을 깨닫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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