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언론매체나 시사 프로그램에서 연일 오르내리는 단어가 ‘케미포비아’다.

‘케미포비아’는 생활화학제품을 꺼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화학을 뜻하는 ‘Chemical’과 혐오를 뜻하는 ‘Fobia’가 더해져서 탄생한 신조어다.

살충제 계란, 임산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간염 유발소시지, 발암물질 생리대, 기저귀 등 생활 속 화학성분 공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식약처 등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국민들의 불신은 초고속 인터넷 망을 타고 바이러스처럼 급속도로 번지는 모양새다.

과거 세월호에서 최근 평택 국제대교 건설현장의 상판 붕괴사고에 이르기까지 그간 안전에 대한 우려는 대다수 안전불감증에서 오는 안전사고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과적이나 부실공사에서 오는 인재(人災)가 아닌 실생활에서 매일 접하는 생활식품이나 공산제품들이 공포를 불러오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공포가 가시기도 전에 살충제 계란이 터져 나왔고, 이후 생리대, 소시지, 기저귀 등 생활함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먹거리와 공산품에서 연일 화학성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우리가 더 비용을 치르고 믿고 구매했던 친환경 마크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됐고, 유명 메이커 제품의 신뢰도도 땅에 떨어졌다.

가장 큰 우려는 그러한 걱정들이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24일 녹색소비자연대는 최근 불거진 케미포비아와 관련해 조리용기 소재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어느 가정에서나 하루에 1회 이상 사용하는 ‘프라이팬’이 바로 그것이다. 수년 전 프라이팬 코팅 소재 7가지 중 ‘불소수지 코팅프라이팬’의 과불화합물의 유해성을 여러 전문 연구기관은 이미 지적한 바 있다. 상당기간 동안 국내에서도 각계 전문가와 시민단체에서 이러한 유해성을 우려함에도 불구 살충제 계란 문제처럼 관계부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왔다.

그러는 사이 소비자들은 불소수지 코팅 제품을 사용하면서도 마치 안전한 다른 소재를 사용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제조사들이 이런 문제를 숨기기 위해 다이아몬드, 티타늄 소재를 포함시켜 교묘히 소비자들의 눈을 가려왔기 때문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 제품의 안전성을 엄격히 검증해 과불화합물 등과 관련 ‘PFOA FREE' 등 소비자들이 인식할 수 있는 표기만 했더라도 국민들은 보다 현명한 구매를 했을 것이다.

핵폭탄을 비롯해 DNA 조작 식품, 항생제, 방부제, 각종 보존 화학소재 등 인간이 좀 더 편리하고, 쉽게 행복을 누리려고 만든 것들이 이제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재앙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 내일이면 또 어떤 문제가 터져 나올까 두렵지만 국민들은 이제 슬슬 내성이 생기고 있다. 식약처의 발표보다 소비자들이 사용하고 난 경험을 더 신뢰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쓴 웃음을 짓게 한다. 몇 차례 악순환이 반복될 경우 정부기관의 발표 때마다 국민들은 코웃음을 칠 것이다.

내일은 프라이팬, 모레는 샴푸, 그 다음 날에는 이불?

이번이 기회다.

그간 쉬쉬하며 “설마 괜찮겠지” 먹고 사용하던 모든 것들의 유통구조와 안전기준을 다시 뜯어고쳐야 한다. 최소한 그래야 땅에 떨어졌던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다. “대장균이 100만 마리밖에 들어있지 않으니 안심하고 드시기를 바란다”는 어떤 정치인의 말처럼 지금과 같은 촌스러운 정부 대처도 뜯어 고쳐야 한다.

제발 내일 아침 뉴스에 “물티슈도 못 믿겠다.”는 소식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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