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잔요양보호사교육원 원장

 

 

요 며칠 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정현이 엄마로부터 시골에서 올라온 유정 란 이라며 같이 나누고 싶어 가지고 오셨다. 아들이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사다가 아파트에서 잘 키워 어른 닭이 되어 시골 고향에 가지고 갔더니 할아버지께서 닭장을 쳐주어 병아리를 여러 마리 보게 되었고 지금은 어미닭이 꽤 많아졌다고 한다.

아이들이 호기심에 병아리를 샀다가 잘 키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현이 병아리는 정현이의 정성과 사랑으로 잘 키워져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고향에 둥지를 틀게 했다. 바쁘게 살아가면서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기란 쉽지가 않다.

때로는 아이가 물어보는 질문에 대답을 어떻게 해야 되나 망설여 질 때가 있다. 아이들은 자신의 바라는 대답이 아닐 때는 가차 없이 고개를 가로 젓는다. 원하는 대답이 뭔지 생각해서 답하기보다 그냥 그대로 대답하다가는 큰소리를 치기도 한다. 생각의 차이는 관점의 차이가 다르기 때문인데 같이 맞춘다는 것은 아예 생각조차 말아야 하면서도 아이들이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은 때로는 실없는 행동이 되기도 한다.

가족 간에도 서로의 입장을 배려하기가 참 어려운 것은 아주 작은 것에도 공감하는 정도가 다른 참 스마트한 시대를 살고 있다. 가족에서 지역으로 지역에서 직장에서 관계하는 사람들의 스마트한 관계는 좀 더 전문적이고 좀 더 세련되기도 하면서도 어딘가 아날로그가 대신해주지 못하는 공간이 있는 것 같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디지털식의 생각이 아닌 아날로그 방식의 생각이 머무는 공간은 누군가 잠시 와서 머물러 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자기의 맡은 위치에서 바쁘게 살아가면서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아이들의 엄마는 어느새 선 자리에서 둘러보면 자신이 보이지 않아 물밀 듯 밀려오는 허무감에 힘들게 사는 사람도 더러 있는 것 같다.

진짜 자기 자신만을 위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영국의 조셉 머피박사는 하루에 5분 정도를 권하고 있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만을 위한 생각을 꼭 해야만 한다고 한다. 나의 채워짐이 없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 나를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위해 산다는 게 어렵다는 것은 아무리 가족이라도 가족 간에 다름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기 위해선 자신의 넘침이 필요한 것 같다.

누군가에게 넘치도록 주다가 보면 어느새 비워진 자신을 위해 충전이 필요한 안식년 같은 것이 있다. 주변에 자라는 식물에 빠져 사는 사람 꽃에 빠져 사는 사람 골프에 빠져 사는 사람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그래도 자기의 뭔가에 빠져 있을 때가 즐겁다.

어려서 자라올 때는 팔남매가 한 지붕에 살 때는 다른 것을 생각 할 틈이 없다. 당장 밥 안 굶고 사는 것에 빠져 살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른다. 자라는 아이의 관점에도 엄마의 애정을 바랄 틈도 없다. 형제가 많고 하다 보니 알아서 정리가 된다. 배려보다는 치열한 경쟁에 살아가는 방법을 동물적 본능으로 터득하는 것일까?

그런 중에도 행복하게 잘 사는 가정들이 많은 건 어쩌면 그 때의 서로가 앞만 보고 달리는 본분에 충실했기 때문인 것 같다. 잠시 불평할 틈도 없지만 만약 균형이 깨진다면 서로를 위한 조금의 배려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을 위한 차오름이 옆에 사람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세심히 찾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렵다. 자신을 채울 수 있는 것은 제각기 다르겠지만 매슬로우의 기본욕구 중에 제일 하위 단계인 생리적 욕구를 빼놓을 수 없다.

수면, 배설, 배고픔, 목마름, 성 등의 제 1단계욕구의 충족은 이제 잘사는 나라가 되다보니 중요시 여기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만 기본욕구가 충족되지 않아 불화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경제적 형편이 좋아져도 기본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주 작은 것에 서운하고 멀어지기 때문이다. 작은 햇병아리를 잘 키운 정현이가 시골에 닭장을 만들어 유정 란을 이웃 간에 나누게 한 엄마에게 얼마나 대견할까? 작은 것에도 감동하고 박수를 보내는 마음이 자신의 차오름으로 인한 것에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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