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사전적 의미는 기존의 문화적 틀인 기득권 권력, 불평등의 모순, 억압과 갈등, 어두움과 희미함을 걷어내는 작업을 말한다. 그만큼 인간은 축제를 통해 끊임없이 기존의 틀에 도전하고 자신의 허울을 벗어버리는 작업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껴왔다. 가면을 쓰고, 화장을 하고, 평상시 입지 않던 옷을 입고, 야유를 하며 일상에서 억압된 틀을 통쾌하게 벗어던지는 행위를 통해서 말이다.

축제는 놀이를 동반한다. 그 놀이는 때로 비일상적인 일들로 간주되지만 이러한 유희는 삶에 활력을 가져다준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인 오이징하는 ‘호모 루덴스’에서 “인간의 유희적 본성이 문화적으로 표현된 것이 축제이며, 이 축제적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놀이는 비일상적이고 비생산적인 것이지만, 일상적인 생활을 원활하게 유지하고 보다 효과적인 생산을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일”이라고 했다. 미국의 신학자 하비 콕스는 ‘바보들의 축제’에서 “축제는 억압되고 간과되었던 감정표현이 사회적으로 허용된 기회”라고 했다. 그렇고 보면 세계의 유명한 축제들은 하나 없이 과다하리만큼 춤추고, 놀고, 즐기는 일에 몰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즐기는 대부분의 축제는 전통적인 문화콘텐츠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민속적 세시풍속과 연계된 전통축제는 우리 사회가 산업화 도시화되는 과정에서 많은 변화를 맞게 되었다. 전통축제가 급속히 소멸되면서 문화와 오락성이 강조된 예술제 혹은 도시축제의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게 되는데, 공간 확보가 용이한 농촌지역에서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특산물이 축제의 중심이 된다. 반면 공간 확보가 어려운 도시에서는 공연이 주된 프로그램으로 등장한다.

대부분 지역 축제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진행되는데, 하나는 지역주민의 애향심과 역사의식 고취와 단결, 단합 및 공동체 의식 함양 등이다. 안산의 축제도 이와 같은 측면이 강하다. 별망성예술제, 단원미술제, 대부포도축제, 항공축제, 거리극축제, 튤립축제 등 크고 작은 축제가 참으로 많다. 이는 전통을 기반으로 한 축제가 전무한 상태서 급속한 도시화가 낳은 우리 안산만의 축제의 변천사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안산거리극축제가 안산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독일 바이마르공화국 시대에 노동운동과 관련하여 등장한 뒤 1960년대에 주로 계몽적 성격을 띤 학생운동과 관련하여 상연되기 시작한 것이 거리극의 출발이다. 거리극의 유형에는 거리에서 일반 레퍼토리를 상연하는 극, 특정지역의 문제점과 주장을 담은 지역연극, 관객들에게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호소하는 정치 지향적 게릴라 연극 등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안산거리극은 특정 목적보다는 시민을 하나로 묶고, 즐기기 위한 공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초기 안산거리극은 안산예당 마당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그러던 것이 최근 시청 앞 25시 광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금번 거리극축제는 어린이날을 포함하여 3일간 250여 차례의 공연과 1,500여 명의 예술가, 500여 명의 스탭, 1,000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관람객들이 함께 하는 대규모 축제로 치러진다. 이번 거리극의 특징은 안산 지역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거나 만들어가는 작품들이 많다는 점이다. 특히 안산리서치는 세월호 참사에서 배제된 이주민 여성 응옥의 이야기에 초점을 두고 제작되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축제에는 제의와 축제가 공존하는 실험적인 무대가 많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과정들이 진지하게 고민되며 시민들이 치유와 회복, 희망으로 가는 과정에 동참하는 특이한 축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이번 거리극 축제의 홍보대사는 우리 안산시에 위치해 있으며 3,000명에 이르는 재학생을 두고 있는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 교수로 재직 중인 박상원 배우가 위촉됐다.

저작권자 © 반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