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안산 글로벌다문화센터에서 100여 명의 안산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아주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다.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국민위원회 출범식”이 그것이다.

이 자리에서 국민위원회는 고려인 특별법을 고려인들을 위한 특별법으로 개정하고 고려인 공동체를 강화하여 고려인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고려인역사 바로알기 운동을 통해 고려인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활동도 전개하겠다고 결의했다.

고려인이란, 러시아와 구소련에서 독립한 중앙아시아 국가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국인 교포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19세기 말 극동 러시아에 거주하던 고려인에 기원한다. 러시아어로는 '카레예츠'라고 하며, 현지의 한인 교포들은 스스로를 고려사람(Koryo-saram)이라고 부른다.

1864년 춥고 배고프고 지방 관리의 보복이 두려운 함경도 지방 농민 14가구 65명이 한겨울 밤에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넜다. 러시아령 남우수리스크 지역에 영구 거주를 목적으로 촌락(지신허)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 한인동포 해외이주의 기원이다. 이어 1865에 60가구, 그 다음해에 100여 가구 등 점차 늘어나 1869년에는 4,500여 명에 달하는 한인들이 이주하였다.

1900년대에 러시아는 조선 독립운동을 위한 피난처가 되었고, 시베리아는 조선인이 일본에 대항하기 위한 독립군 양성의 터전이 되었다. 그러나 1937년 스탈린은 172,000명의 고려인들을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고려인들이 일본의 첩자가 될 수 있다는 명목이었다. 고려인 지도자 2500여 명이 체포, 투옥, 죽었고, 이주 도중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이들은 화물열차에 짐짝처럼 실려 중앙아시아의 황무지에 내팽개쳐졌다. 그러나 고려인들은 강한 생명력을 바탕으로 중앙아시아의 황무지를 개척하고 한인집단농장을 경영하는 등 소련 내 소수민족 가운데서도 가장 잘사는 민족으로 뿌리를 내렸다.

그러다 1992년 1월 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 외에 11개 독립국가로 분리되면서 고려인들이 거주하는 국가에서는 배타적인 민족주의 운동이 확산되었다. 이로 인해 고려인들은 직장에서 추방당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자 다시 연해지방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고려인 동포는 현재 안산지역에 8천명 이상을 포함하여 전국적으로 약 4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국적국인 중앙아시아 나라들의 경제위기까지 겹쳐 국내 입국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고려인들은 한국으로의 입국만 동포로서 가능할 뿐, 국내법으로 보장되는 어떤 지위도 지원도 없다. 단지 외국인 노동자일 뿐이다. 비자 기간이 끝나면 또 다시 어디로 갈지 모르는 유랑민 신세이다.

그러나 고려인들은 대부분 항일 독립운동가들의 후손들이다. 그러므로 고려인 동포들이 국내에서 외국인이 아닌 새로운 정착 국민으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려인 아이들도 성인이 되면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추방되어서는 안 된다. 고려인 아이들도 대한민국에서 자유롭게 꿈을 꾸며 살 수 있어야 한다.

2017년 9월 17일 이곳 안산에서 고려인 대회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2017년 9월 9일까지 형식적인 고려인 특별법을 ‘고려인을 위한 특별법’으로 개정하여 고려인 대회가 고려인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대회로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에 살고 싶다’는 고려인 4세 김율라의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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