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적봉 칼럼

우리는 자본주의에 대해 대단히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살아간다.

그동안 여러 체제를 경험하면서 그래도 자본주의만한 제도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까닭이다.

그 결과 국민소득이 오르면 내 소득도 함께 오른다는 착각을 하게 되고, 복지는 곧 정당한 분배에서 온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결코 공평하거나 공정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뿐인가 점차 부익부, 빈익빈으로 양극화 되어 가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이런 게 자본주의인가 하는 깊은 자괴감마저 들 때가 있다.

미래를 위해 없는 보험을 들었는데 한순간 원금조차 회수할 수 없는 상황이 되거나 혹은 이름도 알 수 없는 금융상품에 나도 모르게 가입되어 금융사만 배불리는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해서야 울분을 토하게 된다.

그때 가서야 자본주의를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면 망하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가져보지만 경제는 왠지 전문가의 영역인 것만 같아 아직도 어렵다.

최근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서민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AI 때문에 닭을 살처분하는 과정에서 계란 값이 올랐다는 사실은 인정하겠는데, 야채와 생선은 왜 오르는지 모르겠다.

다른 부식들도 우리가 모르는 AI에 걸렸다는 얘긴가? 정답은 물가는 그동안 내려간 적이 없다는 것이다.

꾸준히 오르기만 했지 결코 내려간 적이 없다. 정부 발표에는 1.2%로 물가를 잡았다는 기사도 간혹 나오는데 그것은 물가가 내려간 것이 아니라 오르는 속도를 잠시 붙잡아 놓았다는 얘기일 뿐이다.

결국 돈이 많아지면 물가는 오르기 마련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도 돈이 많아졌다.

금리가 낮다보니 너나없이 대출을 통해 부동산 투자에 나서고 결국 대출 상환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의 무리한 투자는 가계의 어려움으로 돌아온다.

정부의 공공요금 정책이나 세제상의 특혜 혹은 유통구조의 개선을 통한 물가안정대책은 시장원리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결론은 물가는 절대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2008년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는 물가 상승이 국가의 통제력을 벗어나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한 적이 있다.

한 해 동안 최고 2억 3천100만%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40여 년의 무가베 대통령의 무지한 정책이 원인이었다.

0이 14개 붙은 100조 짐바브웨 달러 지폐는 당시의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심각했나를 볼 수 있다.

심지어 식당을 들어갈 때와 나갈 때의 가격이 다를 정도였다고 한다.

미국이 재채기하면 세계가 감기 걸린다는 말이 있다.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 유통을 쥐고 있는 미국의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말이다.

미국의 영향이 큰 이유는 세계 총생산량의 2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 세계와 무역을 한다. 단연 가장 큰 수입국이고 가장 큰 수출국이 미국인 셈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경제는 다른 나라들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는 누가 발행할까? 미국 정부라고 대부분 생각한다.

달러를 발행하는 곳은 미국 연방준비은행이다. 흔히 FRB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한국은행과 같은 중앙은행이다.

우리와 다른 점은 한국은행은 정부기관이고, FRB는 용어만 Federal이라고 사용할 뿐 정부기관이 아닌 순수한 민간은행에 불과하다.

‘화폐 입문’의 저자 라이크 패트먼은 “연방준비은행은 완전히 돈벌이 기계다”고 언급한바 있다. 우리가 자본주의를 알고 돈의 흐름을 알아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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