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시티와 행복, 사람은 왜 살고, 왜 일하나?

우리는 그동안 빠름이 주는 편리함을 위해 느림의 즐거움과 행복을 포기하고 살아왔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슬로시티 운동이 생기게 되었는데 슬로푸드 먹기와 느리게 살기는 슬로시티 운동의 지향점이다. 사람들은 빠를 때보다 느릴 때 가장 행복하고 창의적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여유와 느림은 게으름으로 인식되어 그동안 부정적으로 인식되어 왔다.

빠름이 성실함과 미덕으로 포장되는 한 사람들은 행복보다 불행한 삶을 살 확률이 높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빠름으로 인한 경제 성장은 이뤘지만 행복을 잃어버린 불행한 시대를 살고 있다. 느리게 산책하기, 느리게 밥 먹기, 느리게 생각하기 등이 우리에겐 아마 절실한 과제인지 모른다.

이제 21세기가 요구하는 새 삶의 운동은 느림이다. 감성, 상생, 느림의 덕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느림을 실천하며 사는 다른 나라의 사례는 빠름 속에 지친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슬로시티는 카탈린 지방에 있는 중세도시 팔스로다. 고딕 양식의 건물과 지중해의 바다, 3천 미터 이상의 녹색 지대를 가진 산들로 둘러싸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곳에서는 사구(沙丘) 걷기, 논으로의 사이클링, 하이킹과 마이 브리딩(심호흡) 등의 놀이가 행복한 삶을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영국 슬로시티는 살기 좋은 헬빙공동체 에일 섬을 들 수 있다. 에일 섬은 작고, 느림의 전통을 고수해 슬로가 고급 브랜드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뽑힌다. 에일 섬의 슬로시티 컨셉은 지역 주민 일부의 삶이 아닌 학교와 의회 더 나아가 지역 예술인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이다. 이로 인해 고급 관광객의 장기 체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독일 슬로시티의 중심에는 헤스부르크가 자리 잡고 있다. 헤스부르크는 “예술은 삶의 원천은 아니되 향미이다”는 취지 아래 도시에 예술품을 설치해 시의 품격을 높였다. 또한 1960년도부터 조성된 검은 숲 프로젝트가 유명한데 여기에서 생산된 목재를 활용한 목공장인이 많다. 숲이 도시의 삶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사례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슬로시티는 엔스다. 대부분 농업 지역으로 식량의 90% 이상을 자급자족하는 행복한 곳이다. 엔스의 슬로시티 이념은 인프라, 향토음식, 문화와 전통에 대한 자각, 환대의 품질, 슬로시티에 걸맞은 생활양식 자각 등이다. 엔스는 슬로시티 철학으로 도시의 정서를 바꾸고 도시의 미래에 대한 영향을 미치는 모든 의사 결정 과정에 심사숙고한다. 또한 슬로시티라는 이름을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설정하고 이것이 우리를 위한 바람직한 미래의 길을 제시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스웨덴 슬로시티의 중심은 모든 것이 가까이에 있는 행복한 슬로공동체 펄쇼핑이다. 펄쇼핑의 중심은 광장 문화, 도서관 역할, 고도의 여성 인력 활용으로 대변된다. 고단한 삶에서 소외된 이들이 만남과 소통을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 광장이라는 인식이다. 또한 가까운 마을도서관은 주민들의 상상력과 꿈을 키워준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펄쇼핑 시의 인력 구조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무려 여성 인력이 79%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덴마트 슬로시티의 대표적인 곳은 바다 위의 낙원이자 안데르센의 고장인 스벤보르이다. 스벤보르의 2가지 특징은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최고의 음식과 지역예술가들의 창의적인 디자인 활동이다. 이를 통해 스벤보르는 사려 깊은 도시로 인식되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빠름 속에서 살아왔다. 이제 느림의 철학을 갖고 삶을 돌아보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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