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정의에서, 정의는 공정과 평등에서 온다.

우리는 한국전쟁이라는 미증유의 동족상잔을 딛고 세계에서 가장 빨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나라다.

이미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지난 70년 동안 대한민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953년 477억원에서 2014년 1천485조원으로 3만1천배 이상 증가하여 세계 13위를 기록하고 있고,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같은 기간 67달러에서 2만8천180달러로 420배가량 늘어났다.

1964년 1억 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은 지난해 5천727억 달러로 세계 6위의 수축 대국이 되었다. 외환보유고는 1960년 1억6천 달러에서 2015년 3천715억 달러로 무려 2천200배 이상 늘었다.

또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독재 권력을 시민의 힘으로 몰아내고 민주화도 이룩하였다. 국민들이 자유로운 투표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평화로운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비록 아직도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지방자치 실시로 광역 시/도 단체장과 기초 시/군/구단체장, 광역 시/도 의원과 기초 시/군/구 의원을 직접 주민투표로 선출하고 있다.

국가번영과 발전의 과실은 우리 공동체 구성원인 국민에게 골고루 나눠져야 하고, 국가가 발전된 만큼 국민의 행복도 비례해서 높아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014년 기준 한국의 경제규모는 경제협력기구(OECD) 34개국 중 13위이지만, 국민의 행복지수는 27위에 머물렀다(OECD발표). 또한 미국 여론 조사기관인 갤럽이 2015년 상반기 발표한 2014 세계웰빙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145개국 중 117위를 기록했다.

2013년 75위에서 무려 42단계가 떨어졌다.

이러한 지표들은 경제발전만큼 국민의 삶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사회가 건강하지 않음을 뜻한다.

그러한 통계는 또 있다. 한국은 자살률 1위, 근로시간 1위, 사교육비 지출 1위, 노령화 2위인 반면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인구 대비 자살률은 2003년 이후 12년 연속 1위를 하고 있으며, 특별히 존비속 살해률이 부동의 1위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잃게 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하루 평균 37.9명이 자살하고 있다.

가히 자살공화국이다. 공정 없는 무한 경쟁이 불러 온 참화다.

경제성장의 열매가 골고루 분배되지 못하고, 상위 10%에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불공정하다. 가난과 부는 세습되고 있고 돈이 돈을 버는 사회가 되었다.

정의롭지 못하다. 이런 사회는 아무리 국가가 발전한들 국민의 행복도가 높아지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헌신을 이끌어 낼 수 없다.

결국 성장 동력이 소진되어 경제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지금 한국 사회는 불행하게도 이런 비관적인 현상과 부정적인 재생산이 구조화되고 있고 확대되고 있다.

전쟁이 없는 사회가 다 평화로운 사회는 아니다. 정의로운 사회만이 평화로운 사회를 담보한다. 정의가 실종된 사회는 결코 평화로울 수 없다.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사회에서 정의는 설 자리를 잃는다.

지금 박근혜 - 최순실의 국정농단, 국기문란 사태에서 보듯이 불공정한 사회에 정의는 없고, 정의가 없는 사회라면 평화도 보장할 수 없다.

문제는 정치다. 올바른 정치, 제대로 된 정치인을 만들고 함께 하는 일이 중요하다.

브라질 ‘좌파의 아이콘’ 룰라 전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정치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이 엘리트의 지배를 받게 하며 국민생활에 엄청난 폐해를 가져온다.’고 주장하면서 ‘정치를 부정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날 박근혜 -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일반 국민들의 정치 또는 통치에 대한 무관심이나 비적극성이 무속의 지배를 자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를 바꾸는 일에 민초들이 나서자! 제발 정파를 초월하자! 누구나 시민! 누구나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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