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시에서는 예술제와 문화제가 연이어 열리고 있다. 예술제의 언어적 의미는 “음악이나 연극, 무용, 문학 등을 공연하거나 발표하는 예술 행사”를 일컫는다. 반면 문화제는 “주로 문화와 관련한 일정한 주제나 소재를 가지고 여러 가지 문예 공연이나 문화 행사들을 일정한 기간 동안 한자리에서 벌이는 일종의 축제”를 말한다.

길게는 30년 짧게는 4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시의 예술제와 문화제는 별망성과 샘골마을이라는 역사적 공간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별망성은 남양만을 거쳐 해안으로 침입하는 몽골군을 막기 위해 세운 해안산성으로 조선왕조 중종실록에는 이곳에 수군 만호영이 있었으나 갯벌에 밀려 선박의 출입이 어려워지자 강화도로 영을 옮긴 것으로 되어 있다. 현재는 복원하여 높이 2.5m, 길이 300m 규모의 성지가 스마트허브 염색단지 내에 남아 있다. 샘골 마을은 바다가 가까우면서도 맑은 샘이 나며 물맛이 좋아 마을 이름을 샘골이라 했는데, 일제 강점기 농촌계몽운동가인 최용신의 활동으로 더욱 유명하다.

예술제나 문화제의 앞에 그 지역을 대표할만한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그 지역만의 정체성 즉 어떤 존재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을 잊지 않고 계승하겠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우리 지역이 두 가지 명칭을 사용하는 데는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우리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별망성 정신과 상록수 정신을 잃지 않고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이해 할 수 있다. 만약 별망성이나 상록수라는 명칭을 빼고 예술제와 문화제를 진행한다면 그것은 여느 지역의 행사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정신이 결여된 행사는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별망성 정신이란 무엇일까? 물론 이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시도되지 않았던 관계로 자료로서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별망성의 가치는 다른 것에 비해 작고 초라할 수 있다. 그러나 성으로서의 가치는 작을지 모르지만 우리시가 정착하는 과정에서 별망성을 주제로 한 예술제는 많은 이들에게 시에 대한 자부심과 정체성을 갖게 하는 역할을 해왔다.

반면 상록수 정신은 일제 강점기를 자랑스럽게 이겨낸 계몽운동으로 우리시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에게 기억되는 역사성을 갖고 있다. 브나로드운동으로도 일컬어지는 농촌계몽운동은 일제 강점기 계몽운동을 통해 독립을 이루고자했던 염원의 결과물이다. 인근의 당진 필경사(筆耕舍)은 일제강점기의 건축물로 문인인 심훈이 직접 설계하여 지은 집이다. 소설가이자 시인이었던 심훈은 이곳에서 1935년 농촌계몽소설로 유명한 대표작인 ‘상록수’를 썼다. 그의 작품은 민족주의와 저항의식을 기본정신으로 하고 있는데 그 소설의 배경이 바로 샘골 마을이며 최용신이다.

우리나라에는 각 지자체마다 매년 치루는 예술제와 문화제가 수없이 많다. 이 같은 예술제와 문화제에 더해 지역 특산물을 홍보하기 위한 축제까지 합치면 한 시에 2~3가지의 축제가 한 해에 치러지면서 축제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문제는 이 같은 역사의 공간에서 현재를 볼 수 있는 축제로서의 역할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도시에서 명칭과 아무 관계도 없는 예술제, 아무 관계도 없는 문화제가 매년 반복된다면 이는 전시성 행정이며 예산 낭비로 밖에 볼 수 없다. 기획 단계서부터 목적에 부합된 행사가 될 수 있도록 공론화 하는 작업과 진행 과정에서 이러한 정신이 실종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세심함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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