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조 칼럼

“민중은 개·돼지”, “신분제 공고화해야”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국회에 출석해 눈물을 보이며 사과하는 모습을 뉴스를 통해 보았다. 나 기획관의 발언이 본인의 말 따라 실수로 했던지 아님 실수가 아니었든 지간에 이 말로 인해 얼마나 많은 민중이, 국민이 분노하고 분개했겠는가?

이처럼 말은 내가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내 입에서 나가는 순간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오늘은 말에 관련된 재미난 일화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성계가 왕으로 등극한 후 어느 날 무학 대사와 한담을 하게 되었다. 이성계는 무학 대사를 보고 꼭 멧돼지처럼 생겼다고 농을 했다. 이 말을 듣던 대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빙긋이 웃고만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 반응이 없자 이성계는 ‘그래. 대사는 내가 무엇으로 보이는가?’하고 물었다. 그러자 대사는 ‘부처님처럼 보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성계는 의아한 듯 ‘나는 대사를 멧돼지처럼 보인다.’고 했는데 그대는 어찌하여 나를 ‘부처님처럼 보인다고 하는가? 물었다. 대사의 대답은 이러했다. ‘멧돼지 눈에는 멧돼지만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부처가 보입니다.’ 이성계는 이 한 방에 껄껄 웃고 말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농담이 아니고, 인간의 근본 진실을 보여주고 있는 진담 중의 진담이다. 역시 우리가 보는 세상은 자기의 그림자일 뿐이다.

시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어느 아주머니가 배추김장을 담기 위해 시장을 찾았다. 아저씨가 열심히 배추를 팔고 있었다. 아주머니가 아저씨에게 ‘이놈 얼마요, 저놈 얼마요, 요놈 얼마요’ 이렇게 물었다. 이때 아저씨가 대답했다. ‘이년 300원, 저년 500원, 요년 1000원, 붙어있는 이 쌍년 1000원, 이 모두 잡년들 5000원이요’

이 두 가지다 대화 속에 재치가 있지만 그 말속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모든 만남과 소통의 이치가 거울이고 상대적이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의 태도와 마음이 달라지는 것이다. 당신은 나의 거울이요. 나는 당신의 거울이다. 인생은 거울이다.

 

황희 정승이 젊었을 때, 자신의 지혜만 믿고 의기양양하며 함부로 말했다가 후회한 적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벼슬아치들의 시기와 미움을 받아 잠시 쉬기로 하고 전국유람을 다니던 중 남쪽지방에서 머무를 때이다. 농촌이 한창 바쁜 농번기 때에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 누렁소 한 마리와 검정소 각 한 마리를 부려 논을 갈고 있었다. 황희는 한참 구경하다 그 노인에게 물었다. "이 두 소 중에서 어느 소가 일을 더 잘합니까?" 그러자 늙은 노인은 잠시 소를 놓고 일부러 황희가 있는 곳까지 오더니 황희의 귀에 대고 속삭임 소리로 말했다. "누렁 소가 더 잘합니다." 황희는 농부의 태도에 어이가 없었다. "하하하 논 밖으로 나와서 귓속말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늙은 농부는 이 말에 얼굴을 붉히며 대답하였다.

"소도 귀가 있고, 두 마리가 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하고 있는데 어느 한쪽이 더 잘한다고 하면 그 옆에 소가 기분 나빠할 것이 아니요. 아무리 동물이라지만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 황희는 노인의 말을 듣고 자신의 경거망동을 자책하며 실수를 인정했다. "어르신 감사합니다. 미천한 저에게 큰 깨우침을 주셨습니다." 그 노인에게 큰절을 하고 나왔다. 이 일이 있은 후 황희는 죽을 때까지 다른 사람의 단점을 말하거나 판단하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황희는 지금까지도 역사상 가장 지혜롭고 훌륭한 정승으로 알려지고 있다.

 

말은 우리의 입으로 생각이나 사상, 지식, 지혜, 감정 등을 전달하는 메시지이기에 절제와 배려가 담기도록 해야 한다. 특히 현대 사회는 많은 말을 하고 말이 곧 경쟁력인 시대이기에 늘 신중하게, 다정하게, 따뜻하게, 칭찬과 덕담을 하는 습관을 키워야 하며 희망과 도전, 그리고 자신감과 비전을 줄 수 있는 말을 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어렵고 힘든 시기에 주변을 둘러보고 배려와 다정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가 우리 사회를 더욱 따뜻하고 풍요롭게 만들거라는 기대를 해본다.

한 영 조 원장 KL인재개발원-중앙에듀스피치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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