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청소년꿈키움센터 김택수 소장

안산IC 입구 사거리에 ‘안산청소년꿈키움센터’라는 예쁜 이름의 건물이 있다. 예전에는 ‘대안학교’로 불리던 곳이다. ‘보통의’ 일반적인 시민들은 그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단지 교육의 한 분야를 운영하는 기관 정도로 인식할 뿐이다. 다소 외진 곳에 위치해 있으면서, 오고가는 사람도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 그곳. 궁금할 만하다. 그래서 찾아가 봤다.

1층 건물 입구에서 기자를 처음 반긴 건 커다란 곰 인형. 목에 건 푯말에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단 세 줄짜리 시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불꽃’이 적혀 있었다.

곧이어 담당 선생님이 마중을 나왔고 2층 소장실로 친절히 안내했다. 자리를 잡고 둘러 본 사무실, 벽에 걸려있는 액자 속 ‘법과 질서의 확립’이라는 글귀가 묘한 압박감을 주었다.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6월말, 에어컨도 켜지 않은 채 인터뷰를 시작했다. 다행히 열어 놓은 창문 틈으론 제법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고, 인공이 아닌 자연 바람에 분위기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법무부 산하기관인 안산청소년꿈키움센터 김택수 소장과의 만남이었다.

 

1. 우선 안산청소년꿈키움센터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2007년 새롭게 태동한 기관으로, 학교폭력 가해자 등 위기청소년 및 기소유예자 등 비행 초기 단계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비행 원인을 진단하고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곳이다.

기존 법무부 업무는 성인범죄 교정, 외국인 출입국 분야, 보호관찰대상, 소년원 등으로 구분돼 주로 사후적 측면에서의 교육 교화 중심으로 운영되다가 점차 예방단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업무도 그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다.

실제 조직명도 보호국에서 범죄예방정책국으로 바뀌었으며, 초기단계의 비행 청소년이나 비행을 저지르기 전 단계의 위기 청소년들, 학업을 중단했거나 할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 또는 가출이 잦은 아이들, 소소하게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을 대상으로 범죄로 발전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차원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2년 대구의 한 중학생이 학교폭력으로 자살하면서 많이 이슈화됐다. 우리 센터에서는 학생들 사이의 다툼, 괴롭힘, 소소한 절도, 학칙위반, 무단결석 등에 대해 학생들이 더욱 심각한 단계로 넘어가지 않도록 예방 교육에 힘쓰고 있다.

 

2. 꿈키움센터가 안산 이외에도 또 있나.

안산청소년꿈키움센터에 안산이라는 지명이 들어가지만 사실은 전국 중심 센터로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수도권 전체를 관할, 의정부, 인천, 성남, 여주, 평택 등지에서도 이용했다. 지금은 다 분가했다.

2007년 안산을 비롯해 부산, 창원, 광주, 청주, 대전 등 6개 센터가 최초로 설치됐으며, 2012년 2차로 서울남부, 서울북부, 인천, 대구 등 4개 센터, 2013년 순천, 전주, 춘천 등 3개 센터, 2014년 부산동부, 울산, 수원 등 3개 센터가 설치됐다.

현재 안산청소년꿈키움센터가 관할하는 교육청은 안산, 시흥, 광명, 안양, 군포, 과천, 의왕 등 7곳이며, 검찰청은 안산지청과 안양지청 두 곳이다.

 

3. 어떤 프로그램들이 주로 운영되고 있나.

대안교육이라 통칭되는 것으로, 일반적인 정규교육과는 달리 대안적으로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내용은 비행을 예방하기 위한 유형별 전문교육으로 절도, 성(性)관련, 도로교통법 위반자에 대한 교통안전교육(대부분 오토바이 운전자), 인터넷 중독 예방 등이 있다.

대부분 일방적인 강의식이 아닌 집단상담 프로그램으로 “문제가 뭘까 함께 고민해보자”는 양방향 상담 프로그램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은 자신이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뭘 잘못했는지 모른다. 인성교육이 부족한 면이 있다. 이를 위해 재미있는 체험교육 중심으로 운영된다.

특히, 장애체험을 의무적으로 하게 한다. 아이들은 대부분 평소에 몸이 건강한 것에 대해 고마운 걸 모른다. 하지만 장애체험을 함으로써 ‘나보다 힘들게 사는 사람이 많이 있구나’ 하는 어려움도 알게 되고 더불어 이타심도 길러진다.

실내 암벽등반 등의 프로그램은 극기과정에 대한 체험으로 힘들지만 성취감을 느낄 수 있으며, 이 외에도 전문 금형교육, 모래치료, 심리치료 방식 등을 통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체성에 혼돈을 느끼는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 알려주고 또 꿈을 갖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4. 올해 1월 1일자로 취임했다. 안산은 처음인가.

아니다. 2007년 안산 대안학교가 첫 태동할 때 법무부 소년과에서 근무하며 학교 설립을 기획해 태동시키는데 역할을 했으며, 2008년 1월 1일, 지원과장으로 발령, 처음 2년 동안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때가지 근무했다. 이후 떠난 지 만 6년 만에 기관장이 되어 다시 돌아왔다.

 

5. 취임하면서 강조한 것이 있다면.

변화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 센터도 처음에는 대안교육이었다가 너무 강하다는 지적이 있어 꿈키움센터로 바꿨다.

아이들의 외부 환경이 계속해서 변화된다. 그에 따라 교육의 역할이나 지역사회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 스스로 변화하면서 프로그램도 고도화로 발전시켜야 한다.

예전의 청소년들과 지금의 아이들은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이 전혀 다르다.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더 이상 옛날 사고로는 요즘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을 많이 얘기했다. 또한 우리는 국가기관으로서 사명감이 중요하다는 것도 강조했다.

특히, 어떤 선생님의 어떤 말 한마디가 한 아이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해,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준비가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6. 소장 취임 이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지난 1990년 4월 첫 임용, 분류심사원이라는 곳에서 상담분류심사 전문으로 들어왔다. 전공은 심리학으로 대학원까지 마치고 들어왔다. 초창기에는 아이들 진단 업무. 심리검사, 결과해석 및 상담해주고 분류하는 업무를 주로 했다. 이후에는 소년원에 근무하며 학생들 지도, 상담 등 교육 업무를 맡았다.

이어 2000년에 본부인 법무부 소년과에 발탁돼 이후 정책수립 및 기획업무를 진행했다. 이곳 꿈키움센터도 당시에 기획한 것이다.

 

7. 청소년 범죄예방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아이들은 정성을 다하면 반드시 변화 한다”는 것이 나의 철학이다. 또한 아이들은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애정을 쏟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즉, 기다려줄 줄 알아야 한다. 당장 변화하지 않는다고 성급하게 판단하거나 포기해선 안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능력을 키워야 한다. 소통의 기본이다. 아이의 입장을 모르면서 지도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또한 아이 스스로 현재를 이해해야 하고 사람의 마음을 서로 교감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와 자식 사이도 마찬가지다. 서로 입장이 다르고 서로 말이 안 통한다고 답답해한다. 이럴 때에는 어른이 먼저 자신을 버려야 한다. 논리나 주장을 자제하고 아이들 입장에서 들어보고 이해하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능력들이 필요하다. 경청이 중요하며, 그래야 합치점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요즘은 사춘기가 2~3년까지 오래 지속된다고 한다. 많이 기다려줘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부모의 기준을 버리는 것이다.

 

8. 청소년문제, 예전과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더 각박해졌다는 느낌이다. 예전에는 사춘기를 겪으면서도 기본적으로 남에 대한 이해나 배려, 예의는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더욱 더 자기중심적이 됐다. 아이들이 자기한테 빠져 산다. 그러면서도 자기애나 자존감은 떨어져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 종합세트다. 상호 엉켜있다.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을 가져야 하는 것이 성공하는 것이라는 제도적인 측면과 거기에 몰입해 무조건 공부만을 우선하면서 버릇이 나빠지고 예의에서 벗어난 것을 눈감아줬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남에 대한 배려도 없고, 자기로 인해 다른 사람이 아플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 가해자 대부분이 “법에 걸리는 줄 몰랐어요, 나쁜 짓인지 몰랐어요.”라고 한다.

 

9. 어떤 대책이 있을까.

이론적으로도, 어느 한 쪽, 한 분야에서만 노력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지역사회의 대응체계도 있지만 아직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교만 노력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협업이 필요하다. 국가기관도 유기적으로 합류해야 한다. 국가기관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지만, 결국 국가가 할 일이 많다. 지역사회는 늘 예산의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가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이유가, 숨어 있는 분야나 못하는 부분을 메우기 위한 것이다.

특히 안산에는 지역아동센터가 많다. 이런 민간분야 전문가들과도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10. 아이들을 대하며 보람을 느꼈던 적이 있나

최근에 아이들과 함께 ‘주토피아’라는 영화를 보러 갔다. 아이들도 좋아했고 충분히 의미가 있는 영화였다.

원래는 수암봉을 함께 오르려 했지만 기상문제로 바꿨다. 이렇게 등산이나 영화를 함께 하면서 아이들이 조금씩 변화 한다. 처음에는 “내가 이 교육을 왜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귀찮아하던 아이들도 “학교에서 하지 못했던 수업들이 좋았다. 내 자신을 알게 됐다. 앞으로는 사고치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럴 때 보람을 느낀다.

우리 센터는 길게는 2주나 열흘, 짧게는 5일 과정이다. 단 5일 만에 아이들을 변화시키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나라도 느끼는 게 있으면 변화의 모토가 된다. 방향만 잡아도 꿈을 만들어갈 수 있으며, 조금씩 단계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종종 수암봉도 함께 오른다. 함께 손잡고 걸어가며 대화를 시도한다. 처음부터 “넌 뭘 잘못해서 여기 왔어?”라고 물으면 안 된다. 조금씩 가벼운 얘기부터 하면서 함께 땀 흘리고, 정상에서 성취감도 느끼고 하다 보면, 생활태도에도 변화가 생기고 긍정적 습관도 형성된다.

 

12. 기성 어른들에게 당부의 말씀이 있다면.

어른들의 탐욕 때문에 아이들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술이나 담배를 파는 것도 어른이다. 어른들이 어른스럽게 책임지고 바르게 사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 내 자식만 괜찮으면 된다는 이기적인 마음이 세상을 더욱 각박하게 한다. 남의 자식도 내 자식처럼 대하려 노력해야 한다. 용서할 줄 알아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

결국, 이러한 노력들이 성인 범죄를 줄이는 것이다. 약간의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낙인찍지 말고 좀 더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쏟는다면 분명히 아이들은 변화될 수 있다.

강희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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