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세상 ‘함박웃음센터’ 오창종 대표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늦었죠...?”

연신 고개를 숙이며 약속장소로 들어왔다. 사연을 들으니 갑자기 한 아이에게 안 좋은 소식을 전해야 할 일이 생겼다. 아이와 선생님을 만나 뵈러 학교에 들르다 보니 좀 지체돼 인터뷰 장소에 도착했다. 오창종 대표 얼굴엔 미안함과 동시에 차마 표현할 수 없는 엄숙함이 서려있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평소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오창종 대표는 현재 안산시 단원구에서 ‘아이들 세상 함박웃음’이라는 그룹홈(대안가정) 2곳과 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부모의 학대나 이혼 등으로 가정이 해체돼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14명의 아이들과 6명의 교사들이 하나의 가정을 이뤄 생활하고 있다. 오창종 대표는 ‘함박웃음’말고도 ‘함박드린센터’라는 작은 도서관을 운영해 그룹홈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일도 맡고 있다.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선거권이 없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가장 등한시 되는 게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이 갖고 있는 가치성에 주목하고 싶어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뛰어들게 되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 일에 뛰어들 당시엔 ‘아이들을 막 대해도 된다’는 인식이 강했어요. 어른들한테 받은 상처는 어른들이 치료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고 그들의 꿈을 키워주고 싶어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아이들이 웃을 수 있는 세상, 함박웃음’을 만들어보겠다는 일념으로 무작정 뛰어들었지만, 세상의 벽은 너무나도 높았다. 누구 하나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차가운 현실 앞에서 원대한 계획조차 무의미했다.

“정말 너무 힘들었습니다. 체계적인 계획도 세울 수 없어 그냥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게 목표였습니다.”

다행히 하늘이 도와 하루를 버티던 게 일주일, 한 달, 일 년이 됐다. 조금씩 안정기를 맞았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되다 보니 꿈이 생겼다. 단순히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에 만족할 수 없었다. ‘아이들이 웃을 수 있는 세상을 넘어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그 꿈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탄생한 곳이 ‘함박드림센터’다. 작은 도서관을 열어 아이들이 가진 잠재력을 터뜨려주는 일을 시작했다.

“보호에서 끝낼 수 없었습니다. 시설 아이들도 무한한 꿈을 꿀 수 있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의 자존감을 살려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자존감이 회복되면 무한한 꿈이 이뤄집니다.”

세상의 무관심과 편견에 맞서며 고독한 사막의 길을 걸어왔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오아시스를 바라며 견뎌왔다. 그리고 마침내 그 목마름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달콤한 오아시스를 맛봤다.

“늘 무뚝뚝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무슨 말을 해도 ‘네.’라고만 하는 아이였어요. 어느 날은 어버이날에 작은 선물과 함께 편지를 써왔습니다. ‘센터장님은 내게 태양이며, 이젠 아버지라 부르고 싶다’는 내용이었어요. 순간 ‘그래! 이것을 위해 이때까지 버텨온 거구나’싶었습니다. 그날의 에너지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오창종 센터장은 정말이지 태양이었다. 아이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며 갈 길을 밝혀주었다. 그런 그였지만 정작 본인은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제 존재성을 부각하기 보다는 항상 언제나 그 자리에 있고, 제가 줄 수 있는 모든 걸 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고 싶습니다.”

스포트라이트만을 좆았던 기자에게 오창종 대표가 던진 마지막 말이 먹먹함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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