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풍경은 어느 학교든 비슷하다. 국민의례에 이어 내빈소개와 축사가 이어지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과 재학 중 학교에 공로가 큰 학생들에 대한 상장수여를 하고나면 졸업식 노래와 교가를 부르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 가운데 상장수여를 하는 시간이 유난히 비중이 큰데, 이러다보니 졸업식이 몇몇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에게 상장을 수여하는 자리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상을 받는 아이들이나 부모들은 마음이 뿌듯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아이들은 그 시간이 지루하고, 상대적으로 열등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졸업식 분위기가 이러다보니 졸업생들은 식이 끝나기가 바쁘게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해소라도 하려는 듯 해방감에 젖어서 밀가루를 뿌리고, 교복을 찢는 행위를 일삼는다. 심지어 지난 해 어느 학교에서는 졸업생들을 학교 뒤 야산 나무에다가 발가벗긴 채 묶어 놓는 이상야릇한 행동까지 하였다고 하니 참 별난 졸업식 풍경도 다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3년 내내 엄한 규율과 통제된 울타리 속에서 선생님들로부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아이들은 이제 학교를 떠나니 그 마음이 홀가분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학창시절 내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그 아이들이 졸업식장에서조차 외면을 당하고, 공부 잘해서 상장을 받는 아이들의 들러리 역할이나 해야 하니, 그들이 옷을 찢고, 밀가루를 뒤집어쓰는 행위를 이해할 만도 하다.

그러나 고무적인 일은 이러한 졸업식 풍경이 점차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각 학교마다 축제분위기를 조성하여 아이들은 즐겁게 노래 부르며 춤을 추고, 자신의 장기를 발휘하고, 선생님들은 인기 가수들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도 하여, 진학을 하지 못하거나 취업을 하지 못한 졸업생들을 위로하기도 한다. 이처럼 공부를 못해서 졸업식 행사에서마저도 들러리나 설 아이들도 이제는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 즐거워하고 있으니, 졸업식이 진정한 축제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첫 발걸음이다. 그러기 때문에 졸업식은 몇몇 잘난 아이들을 위한 형식적인 의식에서 벗어나 이처럼 졸업을 하는 모든 아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부푼 꿈을 갖고, 새로운 세상으로 한 걸음 내딛는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어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졸업식이 진행되고 있다. 그들 가운데는 원하는 학교에 진학을 하거나 또는 취직을 하여 부푼 꿈을 갖고, 학교 밖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학생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졸업생들이 더 많다.

그러니 졸업식이 잘난 아이들에게 상을 주고, 그들을 칭찬하고 그들을 더욱 폼 나게 하는 자리가 아니라 어깨가 움츠려든 아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부푼 꿈을 안고 학교 밖으로 떠나는 수많은 졸업생들이 움츠러든 어깨를 활짝 펴고, 당당한 모습으로 새로운 세계를 향해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반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