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증 있어도 운전대 못 잡는 면허취득자 '문제'

“도저히 불안해서 안 되겠어요. 당장 시내운전연수 좀 알아보려고요!”
상록구 월피동에 사는 직장인 이명보(가명) 씨. 이 씨는 얼마 전 시내에서 주차를 하다 사고를 냈다. 좁은 공간에 차를 넣으려다 옆에 있던 장애물에 차를 긁은 것이다. 사고로 조수석 문이 약간 들어가고 손잡이 부분이 벌어졌다. 정비소에서 견적을 뽑아 보니 100만 원가량의 수리비가 나왔다. 사실 이 씨에겐 이번 사고가 처음이 아니었다. 바로 전 주에는 사내 지하주차장에 들어가다 벽에 부딪혀 역시 조수석 문 쪽을 살짝 긁혔다. 이 사고를 겪은 후 이 씨는 운전대 잡기가 불안해졌다. 직업 특성상 차량을 이용해야 할 때가 잦은데 또 사고가 날까 봐 선뜻 엄두가 나지 않는다. 다시 운전을 배워야겠다 싶어 사설 운전학원의 ‘시내 운전연수’를 알아보고 있다.
면허가 있어도 운전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운전면허증을 땄다는 기쁨도 잠시, 막상 직접 차를 몰고 도로로 나가려니 앞길이 막막하다. 후방주차는 어떻게 하며, 좁은 길은 또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지···. 2011년 정부가 ‘국민 편의 증대’와 ‘부담 경감’ 명목으로 시행한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정책’ 때문이다. 면허 따기가 너무 쉬워져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만으로는 실제 도로로 나오기 어렵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이들이 운전면허 취득 이후에도 ‘시내 운전연수’를 받기 위해 사설 운전학원 문을 다시 두드리고 있다. 초지동에 있는 안산자동차운전학원에서 원생들에게 운전교육을 하고 있는 한 강사는 “2011년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정책 이후 운전연수 등록인원이 3배가량 늘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등록자 자신도 운전면허 교육만으로는 부족하고 불안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면허취득 이후에도 별도의 운전연수를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운전면허 간소화 정책을 시행하며 내세운 ‘국민 편의 증대’라는 명분과는 다르게 오히려 국민들의 번거로움만 더해졌다는 점이다. 면허증을 땄어도 별도의 연수를 위해 다시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점이다. 별도의 연수가 필수는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턱없이 부족한 면허교육 여건을 고려할 때, 별도의 연수를 거치지 않고 바로 도로로 나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현재 운전연수를 희망하는 사람은 최소 주당 6시간은 따로 할애해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는 자연적으로 소비자의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운전면허 간소화로 면허취득을 위한 수강료는 기존 대비 40% 정도 감소했지만, 운전연수를 희망하는 자는 별도의 수강료를 내야 한다. 현재 안산 지역 내 운전학원들은 운전연수 수강료를 6시간 기준 260,000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수 커리큘럼이 10시간으로 짜져 있어 대부분의 수강생이 10시간 교육을 듣고 있다. 이럴 경우 수강료는 대략 400,000원이 된다. 즉, 수강생들은 대략 850,000원 정도를 내야 비로소 운전대를 잡을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이는 운전면허간소화가 시행되기 전 운전면허학원 수강료였던 70만 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