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효 진 / 안산시의회 의원

“저는 쪼잔한 의원입니다”

이번 제 207회 정례회 예산을 심사하면서 필자가 들어야 했던 얘기다. 냉장고 설치비 30만원씩 21명 의원사무실 전체에 비치하는 예산으로 올라온 총 600여만 원에 대해 전액 삭감을 주장하다 “필요한 의원사무실에만 비치하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나온 ‘쪼잔하다.’는 표현을 필자 스스로 인정한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 해프닝은 21명 의원이 아닌 7명 의원들만 필요하다는 수요 조사에 의해 200여만 원만 반영하고 나머지 400여만 원을 삭감하게 되었다. 의정활동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한번쯤은 이런 웃지 못 할 해프닝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 예산심의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었다.

제207회 정례회 기간 기획행정위원회에서는 2014년 본예산 중 총 20여억 원을 삭감했다. 이는 기획행정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시민들 대신 꼼꼼하게 혹은 쪼잔하게 예산을 심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안산시 청사 LED 전광판 2억 원짜리부터 양 구청 세무과 우편요금 60만 원까지, 지난 2013년 불용된 금액과 필요성을 반영하여 꼼꼼하게 따지고 따져서 나온 결과물이다. 때로는 근무복 단가도 직접 떼어다가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기도 했다. 그리고 3차 추경에 올라온 예산 중 37블럭을 매각하면서 도세(道稅)로 내야할 취득세를 감면받으려다 가산금까지 합산된 99억짜리 예산도 삭감했다.

흔히 의원들이 예산을 다룸에 있어서 재료비 삭감이나 적은 예산의 효용성을 심의하다보면 관점의 차이로 인해 ‘쪼잔하다’는 표현을 종종 듣게 된다. 하지만 과연 그런 적은 예산 사용에 대한 철저한 감독과 심의 없이 시민들이 낸 세금이 잘 쓰이는지 제대로 알 수 있을까? 필자는 필자 스스로 그런 오명 아닌 오명을 듣는 한이 있더라도 의회에 쪼잔한 의원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전에 모 방송사의 기획 프로그램에서 선진국 정치인들과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특혜에 대해 얼마나 공통되는 사항이 있는지 인터뷰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30가지가 넘는 특혜 중 어느 것도 선진국 정치인들과 해당되는 것이 없다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풀뿌리정치를 한다고 나름 자부하는 필자를 부끄럽게 했다. 어쩌면 우리에게 ‘정치인’의 이미지는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생색내는 의원들의 모습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결코 우리가 낸 세금을 내 집 살림처럼 꼼꼼하게 살펴보는 정치인들을 만나기 어려워질 것이다. 필자는 이제 안산시민들이 좀 더 꼼꼼하게 우리 지역 정치인들을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필자도 그런 범주 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부족한 게 많지만 적어도 예산을 내 집 살림처럼 보는 의원에게 ‘쪼잔하다’는 평가를 내리는 그런 관점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 소개했던 그 프로그램의 메시지는 ‘최후의 권력’은 바로 ‘시민’에게 나온다는 것이었다. 이제 시민들이 좀 더 권력자로서 정치인들을 부릴 줄 알아야 한다. 더 이상 정치인들이 시민들 세금으로 생색내지 않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우리가 내는 그 많은 세금이 올바로 제대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예산안 심의를 원만하게 마무리할 수 있게 해주신 기획행정위원회 정진교 의원님, 성준모 의원님, 윤태천 의원님, 김철진 의원님, 나정숙 의원님 그리고 김옥례 속기사님, 박경렬 과장님, 김효식 전문위원님, 박세광 서기님, 유경자 비서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벌써부터 자식 덕(?)을 보게 해주는 뱃속에 있는 아가와 늦은 밤 귀가하는 아내를 의리 있게 지지해준 남편에게도 이번 회의동안 잘 참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지면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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