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화 삐아제어린이집 원장

유 화 삐아제어린이집 원장

“보육 경험 토대로 맞벌이 부부 대변하는 정치하고 싶다”

당당하고 유쾌하다. 아이들과 함께 해온 삶이라서인지, 시종일관 웃음이 밝고 표정도 즐겁다. 아이들에 대해, 보육에 대해 이야기할 땐 항상 에너지가 넘친다.

조심스럽고 신중하다. 아직 주변 여건이 시기상조인 탓도 있겠지만, 정치라는 것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마음’을 선택한 것 같다.

안산 토박이로, 안산에서 사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 반월신문 편집위원으로서 교육칼럼을 쓰는 것 자체가 공부이며 즐겁다는 사람. 무엇보다, 어린이집 원장으로 살아가며 아이들 한 명 한 명 모두를 안아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사람.

지금껏 잘 살아왔지만,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누군가 약자들을 대변하기 위해, 또 베풀기 위해 더 알고 더 힘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정치의 문’을 두드릴 준비에 나선 유화 원장을 만났다.

 

 

▲ 현재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집에 대해 소개한다면.

‘삐아제’라는 가정 어린이집을 지난 1998년 시작해 이듬해인 1999년에 인가를 받은 이후 지금까지 이 자리(상록구 사동 욱일아파트 501동 101호)에서 운영하고 있다.

2003년 11월,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영아전담시설 공모에 선정돼 교사들의 급여체제를 국공립이나 시립어린이집에 맞출 수 있었고, 아동 대 교사의 비율도 맞췄다.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사들에 대한 투자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재주는 많지 않지만, 한 번 빠져들면 ‘올인’하는 스타일이다. 열심히 했다. 무엇보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것이 정말 좋고, 100~200명 규모의 시설도 전혀 부럽지 않다. 비록 정원 20명의 작은 규모지만 집보다 더 정성을 쏟으며 알토란처럼 만들었다.

교사들에게, 아이들에게는 나쁜 말을 하지 말고 구박하지도 말라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노동 강도나 받을 스트레스는 별도로 감안해야 한다. 최근 구타 사건 등에 대해 무조건적인 책임 추궁은 가혹하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충청지역에서 벤치마킹을 다녀가는 등 잘 이끌어 오고 있다. 비록 소규모지만, 가정분과 중에서는 안산을 넘어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다.

 

 

▲ 대통령상을 수상한 것으로 아는데.

2011년 수상했다. 주변에서 더욱 좋아해줘서 기뻤다. 남편의 핀잔도 많이 줄었다.

안산시어린이집연합회 가정분과위원장을 6년 동안 역임했으며,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 가정분과위원장도 맡았었다. 전국 단위에서는 부위원장을 했다. 그 과정에서 어린이집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맞벌이 부부나 차상위계층 어머니 등 ‘일하는 엄마’들을 대변하고자 노력했다. 정작 내 자녀들은 한 번도 손을 잡고 유치원에 보낸 적이 없다. 미안하다.

연합회 활동을 하며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 불만이 많았을텐데, 남편이 수상식장에 친구를 데리고 와 자랑하는 것을 보며 인정받는 것 같아 기뻤다.

건강만 허락해 준다면 이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싶다.

 

 

▲ 최근 어린이집연합회 차원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현안은 무엇인가.

민간 어린이집은 본인의 재산을 10억~20억까지 출연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원장의 급여만 가져가도록 재무·회계를 정해 놨다. 투자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국공립의 경우 나라에서 투자한 후 원장을 고용한 것으로 월급만 가져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민간의 경우 투자 금액이 있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최소한의 수익은 보장되어야 한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0~5세 대상의 무상보육료 지원은 시설에 대한 지원금이 아니라 아동의 부모님께 지원되고 있음에도, 어린이집이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 그러다가 감사원에서 갑자기 5년 동안의 자료를 요구한다. 원장은 재무회계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 그러다보면 범법자가 되기 쉽다. 이에 대한 시정을 위해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에서 먼저 목소리를 내고 있다.

 

 

▲ 보육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보육이라는 단어 자체에서도 알 수 있듯, 단순히 케어(care)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교육이 포함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거창하게 철학까지는 아니지만 ‘아이들이 편안하게 일과를 보내고 건강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시설을 이끌고 싶다. 그래서 방부제 없는 식단 등 작은 것에 대해 더 신경 쓰고 있다.

현재 어린이집 아동들은 맞벌이 부부 자녀가 70~80%를 차지하고 있다. 하루 종일 부모와 떨어져 있는 아이들이 마음속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를 바란다.

어린이집을 하기 전에 기업은행에 다녔다. 첫애를 낳고 부곡동 친정에 맡긴 후 출근하면, 점심시간에 밥을 포기하고 택시타고 달려가 아이를 보곤 했다. 눈물이 났다. 그 마음이 지금 어린이집 운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출 후 돌아와서 한 아이를 안아 주면 뒤따라 모든 아이들이 나온다. 단 한 명도 빠지지 않게 모두 안아 준다. 그 안에서 행복을 느낀다.

 

 

▲ 반월신문 편집위원으로 교육칼럼도 게재하고 있다.

인연이라는 좋은 말이 이럴 때 필요하다. 안산에서 가장 체계적이고 전통을 갖춘, 영향력이 큰 신문사의 편집위원이 될 기회가 올 줄 몰랐다. 감사하다.

고향이 안산이 나로서는, 한 때 반월이라는 이름이 떴던 80년대와 현재의 안산시가 반월시가 될 뻔했던 일도 기억하고 있다.

매주 칼럼을 쓰기 위해 다시 공부를 한다. 아이들을 보육하다 보니 부모님들께 해드리고 싶은 말이 많다. 글로 표현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읽고 또 읽으며 정리해 나가고 있다. 그 과정이 참 좋다.

 

 

▲ 안산 토박이로서 안산은 어떤 곳인가.

상록구 부곡동 정재골 출신이다. 어린 시절 안산은, 눈이 오면 그대로 받아먹어도 될 만큼 공해가 없었다. 너무 재밌었다.

그 때를 생각하면 부모님 생각에 눈물이 난다. 겨울이 되면 꽈배기를 함지박 가득 만들어 주셨다. 8남매라는 대식구를 먹이기 위해서였다. 간식은 굶주리지 않았다.

안방의 1/3정도는 수수깡으로 울타리를 친 후 그 안에 고구마를 쌓아 뒀었다. 언니들과 궤짝을 밟고 넘어가 날고구마를 먹던 시절이 그립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안산은 교통이 좋았다. 나는 지금도 안산시민인 것이 자랑스럽다. 휴대폰의 밴드나 페이스북에서도 ‘안산사랑’을 자주 이용한다. 아들, 딸들도 모두 안산에서 계속 살았으면 좋겠다.

남편은 경남 밀양사람이라 죽으면 내려간다 하지만 나는 그냥 여기에 남겨달라고 했다.

인근 안양이나 수원에 가면 못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산에 들어오면 정말 편하다.

 

 

▲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민주당 경기도당 여성위원회 서남부권역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올레길 산악회’ 사무국장이기도 하다.

정치에 대한 관심은 아버지로부터 이어진 것 같다. 평생 야당 생활만 하신 아버지의 모습이 청소년기에는 싫었지만, 계속 보는 과정에서 뿌리가 내린 것 같다.

또, 보육단체 활동을 하면서 김영환 국회의원을 만나게 됐고, 힘든 상황에서 도움을 주신것 때문에 인연이 됐다. 이후 점잖고 멋진 활동을 보며 정치에 호의적인 시각이 형성됐다.

경기도연합회 임원으로 전국을 다니며 많은 민원사항을 들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항상 부탁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때 든 생각이, ‘베풀려면 알아야 하고 가져야 한다.’였다.

아직 정치에 대해 깊이는 모르지만 ‘조례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명심하고 있다. 조례가 우리 생활을 바꿀 수 있으며, 누군가를 대변하기 위해서는 직접 그곳으로 들어가야 한다.

최근, 민주당 경기도당에서 주최한 정치아카데미에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해서 과정을 마쳤고, 8주 코스의 박성민 캠페인스쿨도 다녔다.

 

 

▲ 지금 살고 있는 일동은 어떤가. 또, 인근 이동이나 성포동에 대해서는 알고 있나.

결혼할 당시에는 고향인 부곡동으로 돌아가서 예쁜 집을 짓고 살고 싶었지만 마땅치 않았다. 지금 살고 있는 일동은 무척 마음에 든다.

일동은 안산을 대변하는 동네라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좋고, 정말 편안한다. 봉사하시는 분들도 정말 최고다. 산이 있어 여유도 있고, 단정한 모습이다. 동 주민들끼리 응집력도 있고 끈끈하며 서로 챙겨줌으로써 힘을 갖는 것 같다. 외부의 침입을 막는, 보호받는 느낌도 있다.

이동은 구도시와 신도시가 나뉜 느낌에다, 신규 수인선으로 인해 기존도로가 폐쇄되면 더 그럴 우려가 있어, 해소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성포동은 3단지 재건축문제, 예술인아파트 리모델링 문제, 대형할인매장 주변 교통문제, 안산천 준공 지연 등이 현안인 것으로 알고 있다.

 

 

▲ 내년 지방선거 출마 계획이 있다고 들었는데.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온순하고 착한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부모님으로부터 물려 받은 유전자 때문인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질이기도 하다. 또, 바른말을 하지 않으면 못 살 것 같은 때도 있다. 그러다보니 기회가 된다면 정치를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특히 요즘처럼 정치가 어지러운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뭐든지 시작하면 ‘올인’하는 스타일로 열심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이쪽 지역에 경쟁자가 많다는 것도 아는데, 혹시 기회가 된다면 반칙 없이 공정하게 해보고 싶다. 맞벌이 부부를 포함한 부모님의 입장을 대변하고 싶다.

현재 혁신학교인 광덕고등학교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2011년부터 3년째다. 2010년에는 부위원장이었다. 광덕고가 많이 변했다. 가고 싶은 학교가 됐다. 추교영 교장 선생님과 부장 교사님 등 모두가 힘을 모아 아이들을 비난하기 이전에 인정해주고 한 번 더 안아주고 보듬어 주면서 바뀐 현상이다. 만약 정치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린이집에 대한 전문가적인 시각으로, 일반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올바른 대안들을 제시할 수 있다.

 

 

▲ 반월신문 독자 여러분께 인사 한 말씀.

여러 매스미디어를 통해 정보의 홍수를 이루고 있는 요즘, 어린이집에 대한 여러 부정적인 시각과 우려가 많지만, 잘하는 부분보다 못하는 부분만 부각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영유아를 둔 부모님들이 불안해하고 힘들어 하시지만, 유치원 등 보육시설 통틀어서 잘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습니다. 너무 불안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걱정 없도록 더욱 잘하겠습니다. 특히, 언론매체에서도 잘하는 시설을 찾아서 홍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혹여, 잘못한 원장들은 다시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엄벌에 처해야 합니다.

다행히 안산지역은 보육분야에서 앞서가는 롤 모델입니다. 모범적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대신 원장들의 고뇌를 좀 더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맡겨 주신 아이들, 열심히 키우겠습니다.

/ 강희택 기자 kkang@banwo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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