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소 / 논설위원

매력 자본의 진실

전 런던정치경제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인 캐서린 하킴이 쓰고 이현주 씨가 옮긴 ‘매력 자본’이 이 주간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1938년 내놓은 자본의 기본적인 개념은 대략적으로 세 가지다. 그 첫째가 경제 자본으로 돈이나 토지 재산처럼 자원과 자산의 총괄적인 범주에 드는 것들이다. 둘째는 문화 자본이다.

경제학자들이 규정하는 인적 자본 즉 자격, 훈련, 기술, 근무 경험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셋째는 사회 자본이다. 집단이나 일족을 통해 얻는 실제 자원이나 잠재적 자원을 일컫는다.

캐서린 하킴은 이 세 가지 자본에 제4의 자산으로 매력 자본을 보탰다. 이 책은 캐서린 하킴의 논문을 단행본으로 발간한 것이다.

그런 만큼 자본에 대한 연구서이기도 하다. 매력 자본으로 불리는 새로운 자본의 개념은 어찌보면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것들이다. 다만 자본의 범주에 이 용어들을 새롭게 추가시키는 작업을 통해 새롭게 포장을 하고 들고 온 것일 수도 있다.

매력 자본이라 명명된 6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다. 아름다운 외모, 몸매와 같은 성적 매력, 인간 관계 기술과 같은 사회적 매력, 신체적 건강함, 옷 그리고 화장법과 같은 사회적 표현력, 섹슈얼리티가 그것이다.

사실 이런 것들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자본이라 이름하지만 않았을 뿐이지 성공 자본의 한 분야로 이미 자리잡은 것들이다. 우리 사회에 몰아친 성형 열풍이 그렇고, 성적 매력은 또 어떠한가? 옷을 잘 입는다던가 자기 표현력을 잘하는 것들이 이미 사회에서 성공 요인으로 작용한지 오래다.

저자는 이런 내용들을 연구 결과를 통해 우리에게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북미에서는 매력적인 남성이 14~28%를 더 벌고, 매력적인 여성은 12~20%을 더 번다는 식의 예시다. 매력으로 인해 연봉은 물론 승진도 달라지며, 관리자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43%가 옷차림 때문에 승진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응답한 결과다.

저자는 또한 여성이 남성보다 매력 자본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뒤처지고 있는 현실을 가부장 이데올로기 탓과 사회적 관습의 벽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매력 자본이라는 새로운 용어의 탄생과 확산은 이목을 끌리기 충분하다. 그렇다고 저자의 얘기처럼 매력 자본의 개발과 활용이 경제의 한 부분이나 사회의 한 축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보기에는 미흡하지 않나싶다.

아름다운 외모가 분명 우리 사회에서 충분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오고 승진을 기회를 가져다 줄지 모른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매력이라는 자본을 따라 근본을 왜곡시키는 일에 나서서는 안될 것이다. 칭찬 받고 주목 받고 자란 사람들이 사회적 성취도도 높고 사회적 자본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는 이 책의 다양한 통계와 실험적 제시는 우리 사회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그리고 궁금하다. 이 책이 얼마만큼 우리에게 어필되고 각인될 수 있을까? “직장 생활을 좌우하는 매력 자본” 그보다는 자질과 능력이 좌우하는 직장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 책에 자꾸 눈길이 가는 이유는 우리가 원하지 않지만 사회 저면에 깊게 뿌리 내리고 있는 매력의 자본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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