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소 / 논설위원

스토리텔링

1999년 북제주군과 탐라목석원은 제주돌문화공원 조성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했다. 제1단계 사업지구 30만평에서 해를 거듭할수록 100만평으로 사업은 확대됐다.

돌문화공원 예정지인 곶자왈 자연림 안에 위치한 돌, 나무, 넝쿨들이 엉켜있는 아름다운 ‘곶자왈’ 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공원이 조성되었고 지금은 모범적인 생태공원의 모델이 되었다. 중요한 것은 100만평이라는 크기도, 아름다운 자연도 수많은 돌도 아니다.

이 돌문화공원을 이루고 있는 테마 즉 스토리다. 돌문화문화원의 핵심 테마는 설문대할망 신화다.

설문대할망 신화는 제주도에 전승되어온 거인(巨人)설화로 옛날 제주도에 설문대할망이라는 거인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는 한라산보다 더 커서 아무리 깊은 바다라해도 무릎에 닿는 정도였다.

제주도에는 설문대할망이 만들었다는 산·바다·섬·바위 등의 자연물이 많아서 제주도 전체가 설문대할망의 작품이라고 할 정도이다. 돌문화공원은 이러한 설문대할망 설화를 스토리로 하여 전시와 공간 배치가 되어있다.

스토리를 따라 만나는 돌문화공원은 이러한 거석문화 속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필자는 지난 해 돌문화공원을 걸으며 탄탄한 스토리의 힘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제주시 한경면 낙천리에도 독특한 스토리를 주제로 한 마을이 있다. 천 가지 기쁨이 있는 마을이란 뜻의 낙천리는 1000개의 의자를 만들어 의자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빠른 세상 속에서 느린 마을, 느린 세상, 커피 대신 보리 라테, 보리 아이스크림 , 보리 미숫가루 등 옛 고향을 생각케하는 생활을 각각의 의자에 앉아 체험케 하는 것이다.

놀이 의자, 소 여물통 의자, 삼각 퍼즐 의자. 요강 의자 등 주민들이 직접 만든 의자는 빠름 속에서 느림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기에 충분했다.

고양시 일산 식사지구에 위치한 블루밍 일산 위시티 아파트는 블루와 밍이라는 아기별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들 아기별들이 무럭무럭 자라나 다음 세대에도 그 다음 세대에도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동상이 되었다는 얘기다. 그때부터 위시키 마을은 블루밍 위시티가 되었다는 것이다.

스토리텔링. 스토리(story)+텔링(telling)의 합성어로서 말 그대로 이야기하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오늘날 스토리텔링은 영화, 비디오, 애니메이션, 만화, 광고, 게임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 고양시는 고양 호수공원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관광홍보 전략의 하나로 스토리텔링 보드판을 만들었다.

고양의 역사, 전설, 유적지와 고양을 빛낸 인물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재구성하여 스토리텔링한 보드판을 호수공원과 주요 관광지에 설치한 것이다. 또 버스정류장과 동 주민센터, 공공장소 등 700여 개소에 관광안내지도와 함께 스토리 보드판을 설치하여 관광객들의 편의와 재미를 제공하였다.

최근 안산시도 지역별 특색을 살려 지역의 유래, 문화재, 관광명소, 역사적 인물 등 안산만의 스토리를 찾아 안산시 전역 100여 개소에 설치한다고 한다.

필자는 이런 작업에 일반 시민뿐 아니라 전문성을 갖춘 문화예술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된다고 생각한다.

급하게 진행하다보면 어느 도시의 아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관심과 참여로 만들어지는 스토리텔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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